원칙만 강조 상황 악화..정부, 대북안보관리 의지 있나

2008. 3. 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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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공식 발표된 이후 북한의 반발이 이어지면서다. 정권 출범 한 달여 만에 한반도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에 한반도 안보 상황을 관리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28일 오전 서해상에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어 '북방한계선(NLL)은 유령선'이라며 "(영해를 침범하는) 군사적 도발행위를 보고만 있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김태영 합참의장의 "NLL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내야 할 선" 등 언급에 대한 반발이다.

앞서 북한은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북핵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확대가 어렵다"는 발언을 빌미로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남측 인원들의 철수를 요구했고 남측 인원들은 27일 새벽 북한 땅을 나왔다.

이틀 연속 일어난 이번 사태의 근본 배경은 이명박 정부의 상호주의적 대북정책에서 찾아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진다. 남북관계의 전제조건으로 북핵문제 해결을 제시하는 남한 정부의 급격한 정책 전환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10·4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거부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런 인식하에 북한이 남한 당국과의 '대화 거부' 입장을 일련의 물리적 조치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긴장 고조는 이명박 정부가 보여주는 행태에 대한 북한의 반작용이며 단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반면 정부는 '느긋하다'. 홍양호 통일부 차관은 경협사무소 직원 철수에 대해 "(북한에) '당근책'을 내놓지 않을 것이다. 급할 게 없다. 무엇을 따로 제의할 생각도 없다"고 분명히 했다. 북한의 움직임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일종의 의도적 '무시'인 셈이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도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통상적인 훈련으로 보인다"고 무게를 두지 않았다. "오늘 상황은 (입장을 밝힐) '꺼리'도 안된다"(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말까지 나왔다.

외교안보라인 내 혼선도 엿보인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김하중 장관의 개성공단 발언이 '정부내 조율을 거치지 않은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김 장관은) 북측의 반응이 그 정도일지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 소식통은 "솔직히 북한이 '말'보다 '행동'을 먼저 할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남북관계에 대한 세밀한 고려가 부족했음을 실토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강조하는 것은 "철저한 원칙과 유연한 접근방식이라는 실용적 입장"(이동관 대변인)이다. 방점은 북핵문제 선(先) 해결이라는 '철저한 원칙' 고수에 찍혀 있다. 대신 현재로선 남북관계를 풀어갈 '유연한 접근' 의지는 없어 보인다. 정부의 한반도 상황에 대한 관리 의지와 능력에 회의론이 일고 있는 이유다. 실제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남북대화는 단 한 건도 없었고, 남북관계의 '연결고리'인 비료 지원 문제에서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상반기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지도 불투명하다. 정부 당국자는 "비료 지원 없이 남북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반도 긴장이 커지면 정부가 몰두하는 경제살리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1분기 한반도 안보지수 중 북한 변수가 48.84로 3개월 전의 58.24에 비해 무려 10.4포인트 떨어졌다고 최근 보고서에서 밝혔다. 안보지수 50 이하는 상황악화를 의미한다. 보고서는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연구소 연구교수는 "국가 신인도 평가시 안보상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안보가 불안하면 외평채 금리와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 안홍욱기자 ah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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