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은 경이로움 그 자체".. 외국인이 남북구간 첫 종주

2011. 11. 15.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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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눈의 김정호' 뉴질랜드 출신 로저 셰퍼드

[동아일보]

함남 안변군과 강원 회양군(현 강원 고산군과 회양군)의 경계를 가르는 철령과 주변의 백두대간 모습. 사진 우측의 하얀 건축물은 고개에 세워진 김일성 기념비. 로저 셰퍼드 씨 제공

단군, 산신, 비석, 땅끝지맥….

40대 중반의 뉴질랜드 사내 입에서 이런 단어들이 마구 튀어나왔다. 로저 셰퍼드, 올해 45세인 전직 뉴질랜드 경찰관이다.

그는 "백두대간이 내 삶을 바꿔 놨다"고 고백했다. 지리산에서 향로봉까지 백두대간의 남한 쪽 산맥은 벌써 훑었고, 지난달 15일부터 보름간은 북한 쪽을 '탐색'한 뒤 1일 베이징을 거쳐 한국으로 건너왔다.

본격 종주를 하려면 4개월이나 걸릴 뿐 아니라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금강산부터 문필봉까지 '거점 산행'을 하는 것이었다. 금강산∼식개산∼두류산∼남대봉∼우라발산∼북대봉∼백산∼민봉산∼철옹산∼문필봉으로 선을 잇되 거점 산에서 다음 산까지는 평양에서 렌트한 도요타 랜드크루저를 이용했다. 거점 산들은 프렌드십소사이어티(friendship society)라는 국제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미리 북한 당국에 협조를 요청했다.

완전한 종주는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백두대간을 이었던 사람은 없다. 월간 '산'에 실린 기사를 보면 "백두대간의 북쪽 지역은 어차피 갈 수 없는 곳이고…"라고 아예 접어놓고 있다.

그도 그런 의미를 깨닫고 있는 것 같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전남 해남에서 백두대간 강연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온 그는 11일 동아일보를 방문해 북에서 찍은 사진들과 동영상을 보여주며 "백두는 하나다"라고 말했다.

평남 양덕군 북대봉에서 만난 북한의 항일유적지 안내원과 기념촬영을 한 로저 셰퍼드 씨.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의 빅토리아대에서 '전략연구(strategic study)'로 석사학위까지 딴 그의 직업은 원래 경찰관이었다. 뉴질랜드에서 등산도 하고, 아프리카에서 8년간이나 야생을 누빈 적은 있지만 백두대간처럼 한 민족의 역사와 에너지, 그리고 무한한 스토리를 품고 있는 산을 종주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2006년 휴가차 한국에 왔다가 등산친구들로부터 백두대간 얘기를 들었을 때 '놀랍고 경이로웠다'고 했다.

"세계의 산들이 모두 자기 이야기를 갖고 있겠지만 백두대간처럼 스토리가 이어지는 산맥은 없을 겁니다. 무엇보다 백두대간이 한국 사람들에게 주는 의미가 제겐 경이로웠습니다. 한국인이라면 백두대간 종주를 죽기 전에 해야 할 '버킷리스트'에 올려놔야 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그걸 알고 (쇠말뚝을 박고) 그러지 않았겠습니까?"

그는 이어 "나는 백두대간 외에는 다른 나라 산을 가본 적이 없지만 미국 애팔래치아 산맥과 백두대간을 함께 경험한 미국인 등산친구는 '백두대간이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작년엔 'BAEKDU DAEGAN TRAIL'이라는 제목으로 영문 안내서적까지 냈다. 부제는 '산악문화를 통한 한국의 아이덴티티 탐구'. 70일 동안 남쪽 대간을 섭렵하며 수많은 사진을 찍고, 그 사진들을 토대로 자료조사를 거쳐 이야기를 접목한 책이다. 내년에 백두산까지 마저 올라 본 뒤 백두대간 가이드북을 하나로 이을 계획이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산경(山經)을 지도로 체계화한 사람이 대동여지도의 김정호다. 그는 대화 도중 김정호 얘기를 자주 했다. 북한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의 별명을 김정호로 지어줬다고도 했다.

'도대체 왜?'냐고 물어봤다. 그는 "백두대간은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인생의 새로운 탐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김창혁 기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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