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협정" 반발에 여당까지 가세 ..'제2 촛불' 우려 백기

2012. 6. 2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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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일 군사정보협정 연기 전말

김을동 "전범국가와 협정 안돼"이한구, 외교장관에 직접 전화청와대 "접으려면 빨리 접는게" 새누리 하루만에 입장 돌아서겉으론 '공론화 배제 절차 하자'속내는 '대선정국 역풍 맞을라'

이명박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국무회의 밀실 의결이 결국 정치권과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 앞에 무릎을 꿇었다. 특히 새누리당까지 협정 체결 보류를 요구하고 나서자, 청와대와 정부는 '비빌 언덕'을 잃고 말았다. 청와대와 정부는 들끓는 여론과 여야의 압박에 '제2의 촛불시위' 우려까지 제기되자 결국 체결을 포기했다.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협정 공식 체결 시간 10분을 앞두고 연기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 긴박했던 하루

29일 오전 9시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김좌진 장군의 손녀인 김을동 의원은 "전범국가와 군사협정을 맺어선 안 된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정문헌 의원 등도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은 절차의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며 반대 뜻을 피력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사태의 심각성에 공감을 표하고, 오후 2시께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협정 체결 보류를 요청했다. 행사에 참석중이던 김황식 총리에게도 이런 뜻을 전달했다. 곧이어 진영 정책위의장은 오후 2시20분 이런 사실과 당의 입장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했다.

민주통합당도 이날 오전 규탄대회를 열어 "이 땅을 일본이 넘겨다보는 식민지 국가로 만들어선 안 된다"(이해찬 대표)고 거세게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약식 항의집회를 연 뒤 오후 2시께 총리실을 항의방문했다. 60여개 시민단체들도 "정부는 체결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권의 움직임을 전해들은 청와대도 오후 들어 급박하게 움직였다. 이번 협정 체결이 강행되면 '제2의 촛불집회'가 열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연기'가 최종 결정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접으려면 빨리 접는 게 좋다. 최악의 상황을 면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오후 3시30분께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실을 방문해 "이번 협정을 국회와 협의한 뒤에 처리하는 방향으로 일본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연기 가능성을 비쳤고, 20분 뒤 다시 기자실을 찾아 보류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김성환 장관은 오후 8시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상에게 전화로 협정 연기의 배경을 설명했고, 겐바 외상은 가급적 조기에 서명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 새누리당은 왜 돌아섰나?

협정을 '국가 안보를 위한 군사협력'(김영우 대변인)이라며 긍정 평가했던 새누리당이 이날 '체결 보류'로 급선회한 것은 군사협정의 상대가 일본이라는 점이 불러온 당내 반발과 여론의 압박 탓으로 보인다.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과거사, 위안부 문제 등에 관해 일본의 충분한 사과가 없었기 때문에 (일본과의 군사정보협정을) 국민들이 정서적으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철우 의원은 "일본과 우리나라가 군사정보협정을 맺는 것은 필요하지만,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 되겠느냐"며 "국민들이 '필요하니까 하라'는 공감대를 형성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 반일감정을 잘못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협정 체결을 방관할 경우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 유리하게 형성된 '종북 프레임'이 '친일 프레임'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당내에선 지도부가 혼선을 빚다가 뒤늦게 제동을 건 것을 두고 비판도 나온다. 영남지역의 한 의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일이라고 해서 잘 따져보지도 않고 덜컥 환영한다는 식으로 말했다가, 여론이 부담스러우니 뒤늦게 보류시킨 것은 일본 문제에 대한 생각이 없기 때문 아니냐. 한심하다"고 말했다.

황준범 안창현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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