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개헌 카드, 최순실로 단 하루 만에 끝장

김동현2 2016. 10. 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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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동현 김난영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 정국 와중에 야심차게 꺼내든 '개헌 카드'가 하루 만에 끝나는 분위기다. '비선실세' 최순실이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사전 열람은 물론 인사자료까지 받아봤다는 '최순실 PC' 파일이 드러나면서 청와대는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개헌 드라이브는 친정인 새누리당에서부터 거부되는 양상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최순실이 대통령의 연설문 44개를 미리 받아봤다는 보도와 관련, "보도가 사실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직접 소명하고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특히 "청와대 사람들 누구도 사실 확인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보도를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더 이상 참담한 수렁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는 그런 절박한 심정"이라고 청와대가 이번 사태에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하는 데 대해 절망감을 표시했다.

정 원내대표는 더 나아가 최순실에 이어 국정의 또다른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서도 "지금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그간 최순실 게이트를 야당의 정치공세로 규정해오던 새누리당 지도부도 이날 회의에선 '충격을 금치 못한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비박계는 더 격앙된 반응이다. 친박계에 눌려있던 당내 역학구도를 이번 기회에 갈아 엎겠다는 속내도 읽힌다.

정병국 의원은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걸 어떻게 얘기해야 될 지 모르겠다"면서 "너무 초법적인 일 아닌가"라고 충격을 표시했다. 정 의원은 "나도 청와대에 근무해봤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그저 너무 놀라서 상상이 안된다"고 개탄했다.

그는 최순실 특검, 국정조사 문제에 대해서도 "그거는 당연히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잘라말했다. 그는 당내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논의 필요성을 밝혀, 비박계의 단체행동이 임박했음을 예고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 "야당과 협력해 빠른 시일 안에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진실이 모두 밝혀질 때까지 정치권은 개헌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개헌논의 중단, 최순실 국정조사 돌입을 촉구했다.

김용태 하태경 의원 등 당내 비박계 인사들도 최순실의 대통령 연설문 사전열람을 기정사실화 하며 '최순실 특검' 도입을 요구했다.

박 대통령의 '복심', '영원한 대변인'으로 통해온 이정현 대표가 받은 충격도 큰 모양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내용을 파악 중에 있다"며 "어쨌든 사안에 대해 내용 파악이 되는대로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단호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표는 "내용을 잘 모르고 있으니까, 일단 내용에 따라 일반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요구를 분명하게 할 것"이라며 청와대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야당은 당연히 총공세다. 야당은 전날 박 대통령의 개헌 공세가 시작됐을 때, 각당과 각 대선주자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개헌 주판알을 튕기며 분열하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최순실 PC에 담긴 메가톤급 '악재'가 발발하자 전선이 자연스럽게 통일되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국정운영에 비선 실세가 판을 치고 분탕질을 해대는 지금, 박근혜 정부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이라고 쏘아붙였다.

추 대표는 이어 "최씨의 빨간펜에 국정운영이 좌우됐다는 사실을 듣고 '이게 제대로 된 나라고 정부인가' 국민은 참담함을 토로하고 있다"며 "대체 우리 대한민국이 이 정도인가,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라고 분노가 들끓고 있다"고 개탄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직접 (연설문을) 보낸 게 아니고서야 국정원이 모르게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박 대통령이 직접 최씨에게 연설문을 보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검열하고 심지어 국무회의 자료까지 사전에 보고 받고 정정신청 했다면 중대한 국정농단이자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상황의 엄중성을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과거 정권에서 대통령 아들의 국정농단 사건보다도 훨씬 큰 이 사단에 대해 국민은 분노하고, 역사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실체를 밝히는 데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청와대는 이실직고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자백이 필요하다"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nyk900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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