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오찬에 오른 송로버섯.."임금도 혹서때는 반찬 줄여.."

2016. 8. 1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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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 대통령-이정현 당 대표 오찬 호화메뉴 논란
송로버섯·캐비어 최고급 식재료
유창선 평론가 “민심 건너편 궁전의 식탁”
김무성 전 대표때는 일반 중식 코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신임지도부를 초청해 오찬 회동을 가져 이정현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조선시대 임금도 가뭄, 혹서 등으로 백성이 고생할 땐 ‘감선령’을 내렸다. 임금 밥상에 올리는 반찬 가짓수를 줄이라는 것이다. 고통을 분담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백성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조선시대 임금도 알았다.”

역사학자인 전우용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새 지도부의 11일 청와대 오찬 메뉴를 두고 이렇게 썼다. 전 교수는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 초청 청와대 오찬에 캐비어, 송로버섯 등 초호화 메뉴…. 저런 거 먹으면서 서민 가정 전기료 6천원 깎아 주는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했다는 거군요. 고작 몇 천원 가지고 징징대는 서민들이 얼마나 찌질하게 보였을까”라고 덧붙였다.

당시 오찬은 이정현 대표가 좋아하는 메뉴라서 박 대통령이 특별히 준비했다는 이유 때문에 ‘냉면’이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서민음식인 냉면에 가려졌던 나머지 메뉴들을 보면 송로버섯, 캐비어샐러드, 샥스핀찜 등 최고급 식재료가 동원됐다. 바닷가재, 한우갈비, 능성어 요리 등도 있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 역시 “우리가 본 것은, 민심의 강 건너에 있는 궁전의 식탁이었다“고 지적했다. 유 평론가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송로버섯은 땅속의 보물이라 불리우는 값비싼 버섯이라고 한다. 프랑스 루이14세가 즐겨먹었던 궁궐에 어울리는 요리인 듯 하다. 칼국수 주던 YS가 그립다”고 썼다. 이어 “송로버섯 식탁에서 읽을 수 있었던 또 하나의 메시지는 국민의 눈에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신들끼리 반기고 즐거우면 그만이고, 그 광경이 지난 총선에서 친박을 심판했던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쳐질지는 안중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자리에서 송로버섯과 캐비어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청와대의 송로버섯은 단지 ‘먹는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강한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그래서 송로버섯이 어떤 음식인가를 검색해 보게 되는 우리의 마음이 불편하고 거북한 것이다. 우리가 본 것은, 민심의 강 건너에 있는 궁전의 식탁이었다”고 적었다.

송로버섯의 경우 산지와 품질에 따라 가격차이가 있겠지만, 14일 인터넷 쇼핑몰 지마켓 기준으로, 중국 운남성 송로버섯 50g이 5만6000원에 팔리고 있다.

김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액 다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청와대 만찬! 이 메뉴는 김영란법의 대상이 안되나”라고 썼다.(‘만찬’은 ‘오찬’의 오기인 듯 하다.)

논란이 되자 청와대는 14일 “송로버섯, 캐비어 관련 메뉴가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음식재료로 조금 쓰인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캐비어는 샐러드에 살짝 뿌린 정도이고 송로버섯 역시 풍미를 돋우는 정도로 쓰였다는 것이다.

먹는 걸로 차별당하면 특히 서럽다. 박 대통령과 이정현 대표의 오찬 회동을 지켜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매우 서러웠을 것같다. 2년 전 비박근혜계인 김 전 대표가 당권을 잡았을 때도 박 대통령은 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점심을 대접했었다. 당시에는 그냥 중식 코스가 나왔다고 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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