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이 정치는 무슨?" 침묵하는 670만 청년

전정홍,안정훈,김연주 입력 2016. 4. 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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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유권자 비중 10년새 19→16% 급감'과소 대표' 심화되면 세대단절·사회불안 악순환"20·30대 70%가 투표하면 정치권 깜짝 놀랄것"

◆ 총선 D-8 / 4.13 총선 ◆

우리 사회의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기조가 사회·경제적 효과를 넘어 정치와 선거에까지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불과 10년 전인 2007년 대선 때만 해도 전체 중 19.4%에 달하던 20대 유권자 비율이 올해 총선에서 16%까지 내려앉았다. 반면 60세 이상 유권자 비중은 같은 기간 18.1%에서 23.4%까지 치솟았다. 20대와 60세 이상 고령층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2008년 18대 총선 이후다. 이때만 해도 60세 이상에 1%포인트가량 앞서던 20대 유권자 비중은 불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60세 이상에 뒤졌다.

유권자 비중이 줄면서 20대 청년층을 위한 정책·공약도 급감하고 있다. 김문길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한국 사회의 중위 연령이 지난해 40.8세에 달하면서 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청년층 유권자는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미 청년층에 대한 정책적 무관심은 현실화하고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청년층 관련 법령은 청년고용촉진특별법과 청년위원회 설치·운영 규정 등 단 3건뿐이다. 아동(23건)과 노인(13건) 관련 법령 수와 비교할 때 턱없이 부족하다.

20대 총선에서도 각 정당은 청년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구색 맞추기식의 억지 공약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나마 최근 여야가 함께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으로 내놓으면서 다소 관심을 받고 있을 뿐 대부분 공약은 20대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새누리당은 청년희망아카데미를 전국 16개 시도로 확대하고, 전문계 고교나 이공계 대학 진학자에게 벤처기업 취직과 연계한 장학금 지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 고용 의무 할당과 근로시간 단축, 공공 부문 일자리 확충을 통해 청년일자리 70만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당도 청년 고용 의무 할당을 5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하고, 스타트업 공공 구매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무상복지의 대표 사례인 '청년 수당'까지도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년 관련 공약에 낙제점을 주고 있다. 최재성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임금을 보조하는 청년 고용 형태는 일시적 일자리 창출 외에 다른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유권자 비중과 함께 추락하는 20대 투표율도 청년 세대의 정치적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가 투표율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층(25~34세) 고등교육 이수율은 68%로 OECD 평균(41%)을 웃돌아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 2월 청년실업률은 12.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201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가 32.4세, 여자가 29.8세로 10년 전보다 남자는 1.9세, 여자는 2.3세가 많아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높은 청년실업률과 늦어지는 결혼으로 인해 제도권 사회 진입이 늦어지면서 청년층은 정치에 관심을 기울일 이유도, 여력도 없다"며 "정치 참여가 청년의 삶을 바꾸지 못한다는 생각도 투표 참여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20대의 정치적 영향력 감소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은 2014년 중간 선거에서 18~29세 청년층 투표율이 19.9%로 60세 이상(58.7%)보다 현격히 낮았다. 일본도 2012년 총선에서 20대와 60대 투표율이 각각 38%와 75%로 현격한 격차를 드러냈다.

선거에서 청년층의 '과소대표' 현상이 심화할 경우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 계층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정치의 순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면 갈등의 악순환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정홍 기자 / 안정훈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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