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으로 본 'MB의 비용'..석유투자에서 한식세계화까지

홍진수 기자 2015. 2. 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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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된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각 분야 전문가 16명이 모여 'MB의 비용'(알마)이란 책을 냈다. 책은 MB정부가 5년간 '허공에 날린' 돈을 정교하게 계산한다. 기업 실무 현장 출신 학자, 조세재정 전문가, 전 통일부 장관, 토목공학과 교수, 방송사 PD, 시민운동가, 변호사, 과학자, 경영학자, 경제학자 등이 머리를 짜내 MB정부 때 추진된 사업들을 분석한 결과다. 책에 나온 내용대로라면 MB정부는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탕진과 실정'

다음은 각 분야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책에 분석한 'MB의 비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그래픽은 알마로부터 제공받았다.

■과대포장된 해외 석유·가스 투자

정부발표에 따르면 2007년 4.2%였던 석유·가스의 자주개발률은 MB정부 마지막해인 2012년 13.8%로 크게 높아졌다. 자주개발이란 국내기업이 직접 자원을 개발해 국내로 도입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국내로 들어온 물량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보니 석유·가스의 자주개발률은 2007년 0.3%에서 2012년 0.6%로 미미하게 늘어나는데 그쳤다. 정부 발표에 오류가 있는 것이다.

알마 제공

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MB정부 5년간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해 진행된 227개 사업 중 석유공사가 자체적으로 탐사한 사업은 12개에 불과했다. 이들 12개 사업 중 석유공사가 전적으로 탐사과정을 책임 진 것은 한 건도 없다. 게다가 이 12개 사업에서조차 실제로 국내로 들여온 물량은 전무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탐사과정에서 매장량만 확인되면 자주개발물량으로 계산했다. '전쟁 등으로 국제정세가 불안정해도 안정적으로 해외자원을 도입할 수 있다'는 자주개발의 의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생산 광구에 투자해 지분만큼 자원을 확보하고도 그 자원을 국내로 도입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지 법률의 제약, 품질 등의 이유로 국내로 들여올 수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사업에 투자해 자원을 확보해도 이를 국내로 도입하려면 미국 연방법에 따라 정부 승인을 받아야했다. 석유공사는 2010년 7월 로컬 스왑방식(현지 생산 물량을 현지업체에 공급하고 국내 비축에 적합한 물량으로 상환받는 방식)으로 미국 앵커 광구의 물량을 국내에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2012년 감사원 감사에서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대재앙을 부른 총체적 부실 투자

석유공사는 2009년 9월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를 4조5500억원(40억6500만 캐나다달러)에 인수했다. 그리고 100% 자회사인 정유시설 '날'을 1조400억원에 동반인수했다. 재앙의 시작이었다. 날은 인수 뒤 매년 문제를 일으켰고 석유공사는 날에서만 2010년부터 3년간 손실 1조1167억원을 봤다.

사실 하베스트는 인수 전인 2009년 상반기에만 손실 2341억원을 냈다. 부채규모가 상반기 매출액(1조45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많은 부실기업이있다. 날은 시설이 노후했고 다른 정유공장과 비교할 때 입지와 규모 모두 떨어졌다. 그런데도 석유공사는 약 4000억원이나 되는 경영권 프리미엄에 부채 22억 캐나다달러까지 떠안으면서 하베스트를 인수했다. 2009년 9월9일 시작한 협상은 같은해 10월20일에 끝났다. 그 사이 2조6855억원이었던 인수가격은 4조5500억원으로 올랐고 날 동반인수란 조건도 붙었다.

알마 제공

2014년 8월 석유공사는 날을 338억원에 매각했다. 5년간 석유공사가 날에 투자한 돈은 2조900억원이었다. 인수대금 1조40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운영비 등으로 1조500억원이 더 들어갔다. 5년만에 2조원 이상을 손해본 것이다. 여기에 최근 이 매각과정에서 석유공사가 약 1조6891억원의 대여금을 포기한 사실까지 밝혀졌다. 이 돈은 날이 모기업인 하베스트로부터 차입한 자금이다. 이 손실까지 합치면 석유공사가 하베스트 사업으로 입은 손실은 3조7000억원까지 치솟는다.

■4대강 사업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시절 발표한 '대운하' 공약은 취임 뒤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6월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러고는 대운하사업의 이름만 4대강 사업으로 바꿨다. 2009년 7월 '4대강 사업 마스터 플랜'을 발표하고 2012년 12월 준공하기까지 고작 3년이 걸렸다.

4대강 사업에 들어간 세금 알마 제공

2013년 1월 감사원은 4대강에 설치된 16개보가 그 설계부터 시공, 보수, 보강까지 모두 부실하다고 발표했다. 같은해 7월에는 4대강 사업이 '위장된 대운하사업'이라고 확인했다. MB정부가 세금 22조원을 쏟아부은 4대강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의 대국민 사기극이란 오명을 얻었다.

사라진 습지의 가치는? 알마 제공

눈에 보이는 22조원이 전부가 아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2008년 발행한 단행본 <우리나라 주요습지의 경제적 가치 평가 연구>에 의하면, 금강습지를 포함한 6개 습지의 가치는 1헥타르 당 27억원이다. 이를 근거로 금강과 낙동강의 헥타르당 총가치를 각각 27.3억원, 6.3억원으로 산정하고 한강과 영산강의 경우 금강과 낙동강 습지의 총가치 평균값인 헥타르당 16.8억원을 적용하면 4대강 사업으로 감소한 습지면적의 총가치는 5조8712억원에 이른다.

■MB와 롯데의 밀월

최근 갖은 사고를 일으키고 있는 '제2 롯데월드'는 MB정부가 롯데그룹에 준 특혜였다. 노무현 정부시절이던 2007년 공군은 제2 롯데월드 인근 성남공항의 안전을 확보하려면 동편 활주로 각도를 바깥쪽으로 7도 정도 틀어야 하며 비용은 1조2000억원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나 MB정부의 국방부와 공군은 "동편활주로를 3도 변경하고 장비를 보강하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고 그 비용을 약 3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롯데에 9000억원이란 특혜를 준 셈이다.

알마 제공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그룹은 2008년 이후 5년동안 32개의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했다. 같은 기간 동안 신규로 형성된 9개 대기업 집단의 순환출자 고리가 모두 69개이니 롯데가 그 절반을 차지한 셈이다. 롯데그룹은 또 같은 기간동안 계열사를 46개에서 79개로 늘렸고, 자산총액도 49조원에서 96조원으로 불렸다.

■'마이너스의 손' KT

MB정부가 들어서면서 임명된 KT 이석채 회장은 숱한 문제를 일으키면서 독단적으로 임명된 인사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잘 보여준다. 이 회장은 2009년 3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손해를 입혔다.

알마 제공

KT샛(KT 위성 사업 자회사)은 2011년 9월 무궁화 2호와 3호 위성을 각각 40억4000만원과 5억3000만원에 홍콩 위성서비스 회사 ABS에 매각했다. ABS는 이후 무궁화 3호 위성으로 중동과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고 있는 나토와 미군, 러시아 방송사 등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연간 400억원의 수익을 얻고 있다. 여기에 10년 뒤 한국이 수명이 다하는 무궁화 6호를 대체해 발사할 무궁화 7호의 발사를 궤도간섭 문제로 거부할 수도 있다. 무궁화 3호로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 5200억원(400억원X잔여수명 13년)과 무궁화 7호를 발사할 경우 생기는 잠재적인 최소수익 5200억원을 더하면 손실액은 1조400억원으로 추정된다. KT는 또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동안 사옥 39개를 매각했는데 이중 28개는 감정가보다 훨씬 낮게 매각했다. 그리고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스마트 애드몰' 사업에 투자했다가 1700억원을 날렸다.

■영부인의 잔치 '한식세계화'

MB정부에서 진행한 한식세계화는 의미있는 국가사업이었음에도 수많은 문제점을 남겼다. 무엇보다 유망한 미래의 국가사업이 최고권력자의 부인을 위한 홍보수단으로 변질됐다.

알마 제공

한식세계화를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한식재단은 2011년 11월부터 1년 동안 런던, 파리, 브뤼셀, 마드리드, 뉴욕, 베이징 등지를 여행하며 초호화판 잔치를 벌였다. 이 잔치에 쏟아부은 세금만 13억원이었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2011년 11월부터 2012년 1월사이에 유럽 각지에서 '한식 가이드북 출판 기념회'를 개최했는데 20명 정도 모이는 소규모 다과행사를 위해 런던에서 8987만원, 파리에서 9483만원, 브뤼셀에서는 4769만원을 지출했다고 한다. 런던에서는 1인당 449만원이 든 셈이다.

알마 제공

영부인인 김윤옥 여사의 참여 이후 한식세계화 사업에 대한 인적·재정적 지원은 증대되었다. 2009년 100억원이던 예산이 2010년 241억원, 2011년 311억원, 2012년 219억원으로 늘어났다. 다음 연도 이월액이 222억7800만원이고 불용액이 81억1700만원이니, 이것들을 빼면 MB정부 아래서 집행된 금액은 627억2200만원이다. 이월액과 불용액이 30%에 이른다는 것은 한식세계화 사업의 예산이 적정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한식세계화 사업은 시스템과 계획이 불충분했을 뿐더러 졸속으로 진행되었다. 해외에서건 국내에서건 홍보활동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집행됐다. 게다가 예산의 방만한 운용, 낭비성 집행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감독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영부인이 직접 참여했음에도 사업의 의미가 빛을 발하지 못했고, 오히려 언론의 부정적인 평가가 심화되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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