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떡으로 '골프금지령' 푼 박 대통령, 왜?
[CBS 박재홍의 뉴스쇼]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다룰 주제 넘어가죠.
◆ 김성완>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위원들과 티타임을 가졌는데요. 대화 도중에 불쑥 골프활성화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취임 이후 2년 동안 이어지던 골프금지령은 사실상 해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생일 떡을 돌리는 대신에 골프금지령은 푼 박 대통령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엊그제가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생일이었죠. 생일 떡 그래서 먹은 것 같은데. 골프금지령과 무슨 관계가 있나요?
◆ 김성완> 방금 전에 말씀하셨던 것처럼 엊그제가 박근혜 대통령의 63번째 생일날이었는데요. 우리 나이로는 64세가 되는 거죠. 요즘 시국이 하도 어수선해서 생일잔치도 못했었고. 청와대 비서진을 관저로 불러서 아침식사만 간단하게 했는데요. 하루가 지나서 어제 오후에 국무회의를 열기 전에 국무위원들과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그때 최경환 부총리가 박 대통령의 생일 얘기를 꺼내면서 "생일 떡 하나 주셔야 되는 것 아닙니까."라고 얘기를 했는데요. 그러자 박 대통령이 "필요하세요?"라고 반문하면서 김종덕 문체부 장관에게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오는 "10월에 열리는 프레지던트컵 대회에 내가 거기 명예회장으로 있다, 이번 대회의 성공을 위해서 골프활성화 방안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요. 김 장관이 우물쭈물하면서 "정부에서 마치 골프를 못 치게 하는 것처럼 되어 가지고..." 이런 식으로 말 끝을 흐리면서 골프금지령 얘기를 꺼냈거든요. 옆에 서 있던 최경환 부총리가 막 반색을 하면서 "세금을 내려줘야 된다." 이렇게 얘기를 했고. 정홍원 총리는 "그럼 문체부 장관부터 치기 시작하시죠." 이렇게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이 "그런 것을 솔선수범이라고 하면 기쁘세요."라고 농담을 하고.
◇ 박재홍> 골프를 치는 게.
◆ 김성완> 좌중이 웃음바다가 됐는데요. 이걸로 취임 이후 2년 동안 내려졌던 골프금지령이 사실상 끝났습니다.
◇ 박재홍> 일단 대통령이 언제부터 골프대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었던 건가요?
◆ 김성완> 사연이 아주 재미 있는데요. 작년 12월 4일이었습니다. 팀 핀첨이라고 하는 미국 프로골프투어 최고 책임자가 청와대를 방문을 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이 핀첨이 내년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프레지던트컵 대회의 명예회장을 좀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었는데요. 즉석에서 박 대통령이 수락을 했습니다. 이 대회는 유럽과 아시안팀을 만들어서 프로골퍼들이 대항전을 벌이는 이런 대회인데 라이더컵과 함께 세계 2대 골프 대항전으로 꼽힙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명예회장을 맡은 적이 있는데요. 소식이 전해지니까 공무원 사회가 아주 반색을 했습니다. '이제 골프금지령이 좀 풀리려나' 하고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그 이후로 감감무소식, 그게 이어지다가 이번에 풀린 거죠.
◇ 박재홍> 그러면 뭐 실제로 공무원들은 못 쳤던 게 사실이었던 것 같고. 그런데 사실상 명시적으로 골프치지 마라, 이렇게 말한 적도 없었던 것 아닌가요?
◆ 김성완> 맞습니다, 골프 치지 말라고 얘기한 적은 없어요, 사실은. 그런데 골프금지령이 내려져 있었던 건데. 이 뒤 비사를 얘기하자면 사실은 방송에서 30분 정도 얘기해도 모자랄 것 같은데요.
◇ 박재홍> 아쉽네요.
◆ 김성완> 제가 비사를 책으로 한번 써볼까 생각 중입니다.
◇ 박재홍> 3분으로 줄여주세요.
◆ 김성완> (웃음) 골프금지령 얘기는 재작년 3월에 나왔습니다. 박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원래 대통령 임기 초반에는 공무원들이 눈치 보느라고 골프를 못 치잖아요. 그런데 취임 한달 만에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전국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졌습니다. 이 와중에 군 장성들이 한가하게 골프를 쳤다가 들통이 나는 사건이 있었죠.
◇ 박재홍> 그래서 이제 안보위기 상황에서 한가하게 쳤다 해서 비난 여론이 컸지 않습니까?
◆ 김성완> 맞습니다, 바로 이 사건이 골프금지령의 시작입니다. 당시 박 대통령이 특별히 주의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주기를 바란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이게 공무원 사이에서 볼 때는 골프금지령을 내린 것이나 똑같이 느껴졌던 거죠. 그런데 이제 서너 달 골프를 안 치니까 골프 치던 사람들은 아시겠지만 몸이 근질근질해졌거든요. 그래서 6월에 당시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국무회의 자리에서 박 대통령한테 "이제 좀 골프 좀 칠 수 있도록 해 주시면 어떨까요?"
◇ 박재홍> 이런 말을 했었군요.
◆ 김성완> 이렇게 건의를 했는데 박 대통령 반응이 어땠는지 아세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 박재홍> 아무 말씀 안 하셨고. (웃음)
◆ 김성완> 그러니까 골프 금지로 계속 이어진 거죠. 이러니까 청와대 수석부터 조바심이 생겼습니다. 다음 달 당장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됐거든요. 그렇게 된 상황이었으니까 7월 10일날 허태열 비서실장이 주제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 수석비서관이 용기를 내어서 질문을 했습니다. "이제 좀 휴가 때는 골프 쳐도 되는 거 아닙니까?"라고 얘기를 했는데요. 허 비서실장이 뭐라고 얘기했는지 아세요? 못된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치고 싶으면 쳐라."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그 대신에 돈은 자비로 하고."
◇ 박재홍> 자비로 해라.
◆ 김성완> "문제될 사람과 치면 안 된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요. 그런 다음에 "웬만하면 필드로 나가는 대신." 그러니까 골프장으로 가는 대신에 "스크린골프를 이용해라."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 박재홍> (웃음) 스크린골프를 쳐라.
◆ 김성완> (웃음) 그러니까 스크린골프로 가라, 이런 얘기랑 똑같은 얘기를 한 거죠.
◇ 박재홍> 이런 얘기를 했었군요.
◆ 김성완> 이게 무슨 '같기도'도 아니고 말이죠. 이게 골프를 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그러니까 수석비서관들이 얼마나 답답했겠습니까? 몸은 근질근질하고 휴가는 다가오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박 대통령과 환담을 나눈 자리가 마련이 됐습니다. 그때 한 수석이 또 용기를 내서 "접대골프가 아니면 휴일에 골프를 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슬쩍 대통령을 떠봤는데요.
◇ 박재홍> 용기 있게 한 수석이 얘기를 했군요.
◆ 김성완> 네. 박 대통령이 "제가 골프를 치라 말라 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바쁘셔서 그럴 시간이 있겠어요?" 이렇게 얘기를 한 겁니다. 그러니까 바쁜데 무슨 골프를 치냐, 이런 얘기로 듣는 거죠. 이후로 아무도 박근혜 대통령한테 골프 얘기를 못 꺼냈던 거죠. 이런 전설 아닌 전설 같은 얘기가 계속 오다가 이번에 결국 골프금지령이 풀리게 됐다, 그런 겁니다.
◇ 박재홍> 대통령의 말의 행간을 읽고 이제 다 안 쳤던 건데, 지금까지. 자, 그런데 또 갑자기 골프활성화가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이건 약간 비약 아닌가요?
◆ 김성완> 이건 좀 뜬금없는 얘기인데요. 서민들에게 골프는 사실 그림의 떡이죠. 그런데 골프업계의 주장으로는 해외 원정골프만 국내로 돌릴 수 있다면 한해 4조원 가까운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이런 거고요. 재작년 6월쯤에 대중골프장협회가 골프금지령 풀어달라 이렇게 권유를 했을 때 공무원 골프가 허용이 되면 매년 한 6500억원 정도의 소비지출 효과가 추가로 발생이 된다, 이런 얘기가 있었습니다. 뭐 골프가 터부시되는 세상은 아니니까 얼마든지 칠 수 있는데요. '김영란법'을 왜 재정하려고 하는지 그 이유만이라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 박재홍> 네,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박재홍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CBS 박재홍의 뉴스쇼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까칠한' 진중권 교수도 "이 영화 별 10개 중 9개"
- '내 마음' 제작사 VS '하차' 배우들..진흙탕 싸움되나
- [단독]이완구, 강남규제 쏟아질때 타워팰리스 매입
- '폭력축구' 우즈벡 선수, 韓숙소 찾아와 사과 후 귀국
- 면세점에 길게 늘어선 줄.. 장면 자체가 '정부 부담'
- [뒤끝작렬] 朴정부 경찰수장 수난시대…자업자득인가
- [뒤끝작렬] 스러진 DJ의 장남과 공허한 '좌파 독재'
- 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에게 핵포기하고 경제 택해야 얘기했다"
- 가까스로 살아난 '패스트트랙'…향후 정국과 변수는?
- 폼페이오, “이란 밖 나가는 원유 없을 것"...한국 등 수입금지 예외 종료 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