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끼고 아베와 첫 회동.. 꽉 막힌 한·일관계 풀리나

2014. 3. 2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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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헤이그 정상회담 전망

정부가 21일 네덜란드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담을 수용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정상 자격으로는 처음 무릎을 맞대게 됐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내키지 않는 회담이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강력한 요구로 성사된 3국 정상회담이다.

정부는 회담 조율 과정에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3국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을 함께 갖는 방식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익의 균형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미국이 강력히 희망해온 한·미·일 정상회담에 응함으로써 동맹국에 성의를 표시하는 동시에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서는 자칫 3국 회담이 중국 견제로 인식되는 외교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7일 아베 총리와 전화 회담을 통해 "한·미·일 3국 정상 간에 대화하고 싶다. 협력해 주기 바란다"는 제안을 했다고 교도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박 대통령의 한·미·일 정상회담 수락은 특히 일본 정부가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협의할 국장급 회의 개최를 위해 성실히 협의에 임하겠다는 진전된 뜻을 전해온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국장급 회의가 개최되면 사실상 1990년대 이후 위안부 문제로 한정된 첫 당국 간 협의체가 구성되는 셈이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다음주 개최되는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린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부터)는 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정부는 북핵·미사일 문제,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등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특히 국정 화두로 제시한 통일대박론에 대한 주변국의 협조와 지지가 필요한 만큼 이 문제를 거론할 수도 있다. 북한과 국장급 당국 간 협상을 재개한 일본은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한·미 양국의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공화국 합병 사태와 관련해 두 동맹국의 자국 입장 지지를 구할 수 있어 보인다.

한·일 간 최대 이슈인 위안부 문제, 무라야마(村山)담화(식민지지배 사죄)·고노(河野)담화(위안부 동원 강제성 인정과 사과) 문제, 일본 교과서 문제 등은 직접 논의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연구소 송대성 소장은 "한·일 갈등이 워낙 장기화되어서 구체적인 논의보다는 3국의 협력 사안인 북핵 문제 등에 대해 상징적이고 원론적인 협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역사 문제를 거론하고 싶어할 수도 있으나, 미국이 바라는 무드를 깨기는 어려우니 세계인의 인권과 같은 일반론으로 언급할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3국 정상회담이 한·일 관계 개선의 전기가 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개최 협의 중인 위안부 관련 국장급 회의가 실제로 성사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위안부 문제는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이 이날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발표하면서 아예 국장급 회의 추진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점도 주목된다. 여기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 등 과거사 및 영토 갈등 악재가 즐비하다. 어렵사리 국장급 회의가 개최돼도 양국이 서로 입장차만 확인하는 장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우리 정부가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현안에 대한 일본의 태도 변화를 견인하지는 못하고 한·미·일 정상회담만 성사시켜준 꼴이라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이날 한·미·일 정상회담을 이례적으로 외교부를 통해 발표했다. 정상회담의 경우 청와대가 발표하는 게 관례였는데 이번에는 격(格)을 낮춘 셈이다. 청와대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참여를 결정한 데 따른 부담을 외교부로 떠넘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일 정상회담에) 외교적 함의가 많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기에 외교부에서 발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김청중·남상훈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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