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조세·환율 장난·현물대체.. 北의 '착취 메커니즘'

정철순기자 2014. 3. 1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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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 근로자 月 2달러 실수령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들의 월급이 외형상 기본급 67달러를 받으면서도 실질적으로 2∼3달러 선에 그치는 이유는 북한 당국의 여러 임금착취 메커니즘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노동자들이 당국에 내야 하는 각종 준조세는 물론이고 환율 장난, 현물 대체지급 등의 수단이 동원되고 있다. 개성공단 국제화를 통해 국제사회의 투자를 추진 중인 정부로서는 이 같은 북한의 행태가 걸림돌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나 뾰족한 해결방법은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2일 북한문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들은 장부상으로 월평균 기본급 67달러, 수당과 기업의 사회보험료 등을 합쳐 130달러를 받아가는 것으로 돼 있으나 가져가는 액수는 실제와는 거리가 멀다. 부풀려진 임금의 대표적인 부분은 개성공단 기업과 근로자들이 북한 당국에 지불하는 사회문화시책금이다. 북한 당국이 원천적으로 떼가는 돈이 30∼40%에 달한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사회문화시책금은 한국 기업이 임금의 15% 수준을 지불하고 근로자들은 30% 수준을 북한 당국에 내고 있다"며 "사회문화시책금은 북한의 무상시스템에 충당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단은 일종의 '환율 놀이'다. '개성공단 노동규정'에 따라 기업이 북한 노동자에게 직접 임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북한 요구에 따라 한국 기업이 노동자가 아닌 북한 당국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북한은 달러로 받은 임금을 근로자들에게 자국 화폐로 지불하는데, 공식 환율과 시장 환율의 차이가 매우 크다. 북한의 공식 환율은 1달러 대비 100원대이지만, 장마당 등 시장에서 유통되는 환율은 1달러 대비 8000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자들이 최대 80분의 1가량 손실을 보는 셈이다. 북한 당국의 지급 방식이 돈이 아닌 물건이라는 점도 주요한 이유다. 허만호(정치외교학) 경북대 교수는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북한 근로자들이 해외에서만 착취당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영토 내에서도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북한 당국은 개성공단 노동자 추가 배치를 조건으로 한국 기업에 월 기본급 30달러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근로자들의 착취 정도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강덕 통일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장은 이날 "개성공단이 국제사회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제적 기준에 따라 운영돼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여러 국가의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입주하면 북한의 자의적 폐쇄 조치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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