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 사병 두고 "급사 팔자" 운세풀이

2014. 3. 3. 15: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유품서 종이 발견하고 항의

대위 "잘 맞지 않나요" 당당

2001년 2월 군입대 뒤 자대 배치 13일 만에 숨진 김아무개(당시 21살)씨의 부모는 아들의 유품에서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종이에는 '금년에 오사(재앙을 입어 급사)상이 있으니 자진 사고로 2월에 급사'라고 적혀 있었다. 사주풀이였다. '아들이 부대 건물 3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는 헌병대 수사 결과에 대해 재조사를 요구하던 김씨 부모는 기가 막혔다. 사주풀이는 아들이 숨진 뒤 군부대 쪽에서 역리사한테 받은 것이었다. "사람이 죽은 마당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점괘나 받아 오는 게 상식에 맞는 행위입니까?" 김씨 부모의 항의에 이아무개 대위는 당당했다. "사주를 강릉에 가서 봤는데 잘 맞지 않나요?"

김씨의 부모는 종이에 적힌 강원도 강릉시 ㄷ철학관을 찾았다. "군복 입은 영감이 찾아와서 돈을 주면서 그렇게 써달라고 했어." 이아무개 역리사의 말에 김씨의 부모는 부대에 항의했지만, "개인의 일탈"이라는 발뺌만 돌아왔다. 유품에 사주풀이를 넣어 부모에게 건넨 이 대위는 징계받지 않았다.

김씨의 부모는 싸움을 시작했다. 아들의 죽음에 대한 군의 설명도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자대에 배치된 지 13일 만에 야간 경계교육을 마치고 복귀하자마자 투신한 게 말이 됩니까?"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사건을 재조사하고 순직 처리하라고 국방부에 권고했다. 육군 재심사위원회는 지난해 4월 순직 처리를 기각했다.

김씨의 부모뿐 아니다. 군 수사관들은 순직 처리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거나 언론에 알리지 말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1998년 질식사한 박아무개 중위의 유가족은 헌병에게 50만원을 줬다고 한다. 당시 헌병이 "부검의에게 돈을 줘야 한다"고 해 준 돈이다. 헌병은 "언론에 알리지 말고 조용히 있으면 국립묘지에 안치시키겠다"고 했지만 한 달 뒤 박 중위는 변사 처리됐다. 10년 전 병사 사망 사건을 재조사하던 헌병대 수사관이 병사의 어머니에게 성적 만남을 요구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지난해 12월 드러나 국방부가 공식 사과한 일도 있다.

박유리, 대구/박승헌 기자 nopimul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수사기록 입수…'윤 일병 폭행' 이 병장, 과거엔 '배신자' 낙인자니윤, 감사해서 감사?…'박근혜표 보은 인사' 논란44장의 끔찍한 사진…'윤 일병 사망 사건' 현장검증 장면 공개[포토] '윤 일병 사망 사건' 현장검증 사진 공개[화보] 그 시절 제주 해녀들은?…제주의 과거를 보다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