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논란 때마다 "그분이 선택하시겠지" "그분이 지시 내리겠지" '그분' 없인 아무 일 못하는 새누리

강병한 기자 2013. 12. 29.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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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수기·국정홍보처 전락 신세

최근 새누리당 초선 의원과 출입기자 몇 명이 만났다. 화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차기 당권 향배였다. 갑론을박이 오갔다. 대화 막바지에는 서청원 대표론과 김무성 대표론이 나왔다. 자리를 주재한 의원은 이렇게 마무리했다. "결국 그분이 선택하시겠지." '그분'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새누리당 의원이나 당직자, 보좌진들이 정치적 주요 현안을 놓고 대화를 나눌 때마다 끝은 예외없이 하나로 정리된다. "그분이 선택한다" "그분이 알아서 한다" "그분이 '오더(지시)'를 내리겠지" 등이다. 마치 '깔때기'처럼 모든 사안의 해결 키는 박 대통령에게 모아지는 것이다.

철도파업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의원은 "그분이 움직이셔야지, 우리가 뭐…"라고 했다.

여당 내에서는 아주 세부적인 자잘한 당내 현안에 대해서도 '그분'으로 종료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새누리당에선 요즘 내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간다.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에 맞서는 경쟁력 있는 대항마를 물색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필패예정론부터 필승론까지 다양하다. 한 새누리당 인사는 사석에서 손가락으로 청와대가 있는 광화문 방향을 가리키며 "저기 계신 분이 결정하지 않겠어"라고 정리했다.

새누리당의 '그분 깔때기론'은 박 대통령의 독주를 보여줄 뿐 아니라 거수기로 전락한 집권여당의 무력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새누리당이 국정을 책임진 집권여당이 아니라 '국정홍보처'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최근 회의에서 철도파업 사태와 관련해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철도 민영화 괴담에 적극 대응하고자 4페이지짜리 홍보물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코레일 방만경영의 문제점과 철도 공기업 간 경쟁체제 도입 필요성, 괴담 관련 질의·응답(Q&A)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당원 교육 및 대국민 홍보활동에 적극 활용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늑대가 나타났다'는 제목의 홍보물 12만여부를 제작해 전국 당협위원회에 배포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양승조·장하나 의원의 발언 논란 당시에도 홍보물 14만장과 플래카드 500개, 대형 현수막 17개를 제작해 전국 240여개 당협위에 내려보내 대대적 홍보전을 벌인 바 있다.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가 진행된 지난 28일에는 원내대변인 3명이 총동원돼 민주당과 철도노조를 공격했다. 새누리당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 '괴담 전담팀'도 구성키로 했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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