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마이웨이.. '야권과의 협상에 연연 안 한다' 분명히

송용창기자 2013. 12. 3.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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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자 회동 시점에 임명 강행"여론은 야당에 불리" 판단예산안 처리도 자신감"야권 협조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2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황찬현 감사원장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을 알린 시각은 이날 오후 3시 30분쯤. 박근혜 대통령은 경주에서 석굴암 보수 정비 현장을 방문한 뒤 귀경하는 도중이었고 국회에서는 여야 4자 회담이 진행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귀경 직후인 오후 4시30분쯤 이들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했다.

야당이 지난달 28일 여당 단독으로 이뤄진 황 감사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안 처리에 반발해온 데다 법인카드의 사적 사용 의혹으로 문 후보자 임명에 강력 반대해온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의 이날 임명 발표는 야당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인 게 분명하다. 여야 4자 회담이 끝난 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예의와 금도를 벗어난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은 한쪽에서는 협상의 제스처를 취하고, 다른 쪽에서는 임명을 하는 전형적인 성동격서(聲東擊西)식 야당 길들이기 전략으로 보는 분위기다.

청와대가 이처럼 야당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반발을 부를 게 뻔한 시점에 이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우선 이들에 대한 임명이 4자 회담에서 다뤄질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이들에 대한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며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도 이들에 대한 특별한 결격 사유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 수석이 "정치적인 고려가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여야 협상과 무관하게 청와대의 원칙적인 입장을 선명히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여기엔 야당의 반대 명분이 약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최근 정국 경색과 연계시켜 이들의 임명을 무리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후보자의 경우 법인카드 사적 사용 액수가 경미한데다, 유흥업소 출입 의혹은 당시 참석자들의 해명으로 해소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야당이 이들의 인사에 대해 계속 반발할 경우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행태만 부각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청와대의 이 같은 원칙적 태도가 여야 4자 협상에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특히 4자 회담 도중에 이뤄진 임명 발표 소식은 야당을 무시한다는 인상을 주기에도 충분하다. 이는 결국 청와대가 여야 4자 회담의 성과에 목을 매고 있지 않는다는 신호로 풀이될 수 있다. 야당과의 협상 혹은 야당의 반발과는 무관하게 청와대는 변함없이'마이웨이'를 고수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야당의 반발로 새해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는 상황까지도 감수하겠다는 것일까.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한결 같이 "야당이 예산안 처리에 협조할 수 밖에 없다"고 자신한다.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쏟아질 국민적 비판 여론을 야당이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날 청와대의 임명 발표는 실제 여부에 상관없이 여야간 치킨 게임에서 야당이 물러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계산이 반영돼 있는 셈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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