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령관 전격 경질 파문]"장관의 부적절 인사, 청와대 보고".. 괘씸죄 경질이냐 항명이냐

홍진수 기자 2013. 11. 3.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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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욱 전 기무사령관 "인격모독적 경질" 강력 반발

지난달 25일 단행된 기무사령관 전격 경질이 전례 없는 군 인사 항명 파동으로 비화하고 있다. 당사자인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소장·육사 36기)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김관진 국방장관의 부적절한 인사를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밝히면서다. '설(說)' 수준이던 청와대 인사개입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박근혜 정부의 '찍어내기'식 인사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상명하복'을 목숨만큼 소중히 여기는 군 조직 특성상 장 전 사령관의 폭로는 사실상 '항명'에 가까워 파문의 끝은 예측불허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 "김 장관, 독일 유학파 챙기는 등 군 내부 불만" 보고박지만씨 육사 동기 급부상 지적했다 '역풍' 관측도

장 전 사령관과 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번 파문은 김 국방장관 인사에 대해 장 전 기무사령관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장 전 사령관은 김 장관이 육사 생도 때 독일 유학 경험이 있는 후배들을 챙기는 등 인사전횡을 한다는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 취임 후 독일 유학파 장성들은 주목받기 시작했다. 청와대 연제욱 국방비서관(육사 38기)은 지난해 10월 준장에서 소장으로 진급해 국방부 정책기획관에 올랐으며 5개월 만에 다시 청와대로 이동했다. 또 지난 1일 국방부 요직에 임명된 ㄱ중장(육사 35기) 역시 독일에서 공부한 경력이 있다.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장 전 사령관은 "4월 인사 때 김 장관의 인사 절차와 방식에 대해 군 내 불만과 비판 여론이 많다는 보고를 받고 여러 경로로 확인해보니 상당 부분 맞는 얘기였다"며 "(청와대에) 그런 여론과 분위기를 전달하면서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청와대는 이번 인사를 통해 장 전 사령관의 보고를 묵살했음이 입증됐다. 이 때문에 장 전 사령관이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청와대에 입바른 소리를 하다 '역풍'을 맞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 동생 박지만씨의 육사 동기생(37기)들의 급부상(浮上) 문제를 건드렸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일종의 '괘씸죄'인 셈이다.

이번 군 인사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 앞서 일어난 인사파동 사례처럼 '찍어내기' '항명 파동' 양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 전 사령관이 6개월 만에 전격 경질되면서 인사 당일에야 통고받고 짐을 쌀 정도로 내치듯 이뤄진 것이나, 김 장관이 국정감사란 공개석상에서 장 전 사령관을 "자질 부족"이라고 못박아 버린 점 등이 채 전 총장 사퇴 과정과 똑같기 때문이다. 장 전 사령관이 공개적으로 내밀한 '인사 개입과 청와대 보고'를 공개하고, 이에 맞서 국방부가 "기무사의 군 동향 보고 철폐" 등 김 장관의 기무사 개혁 지시를 공개하는 식의 대응도 감사원장·보건복지부 장관·검찰총장 경질 때와 닮은꼴이다.

이 때문에 이 같은 인사파동의 바탕에 박근혜 정부의 '사람 쓰는 스타일'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무사령관을 이런 식으로 교체하는 것은 다분히 감정적이고 인격 모독적"(장 전 사령관)이란 반발처럼 매끄럽지 못한 교체 과정의 독단적 행태가 주원인이 아니냐는 것이다. 장 전 사령관 경질과 박지만씨 고교·육사 '절친(절친한 친구)'인 이재수 신임 사령관 교체는 처음부터 시간 문제였을 뿐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것이 군 안팎의 분석이다.

장 전 사령관이 촉발한 군 인사항명 파동이 군 내부의 반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상명하복의 군 특성 때문이다. 이번 인사에서 장 전 사령관과 함께 물러난 기무사 관계자는 "군인이란 명령이 나면 움직이고 따라야 하는 자리 아니냐"며 "세월이 한참 지나면 다시 회자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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