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라인 '김진태호 검찰'.. 국정원 수사 갈림길

정제혁·안홍욱·정희완 기자 2013. 10. 2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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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통 불구 비주류로 특수수사 방식에 비판적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신임 검찰총장에 김진태 전 대검 차장(61)을 낙점한 것은 '믿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의 총체적 위기상황에서 김 내정자가 '검찰 조직 정상화'와 '국정원 수사의 무난한 마무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 김기춘 실장의 '기획작품'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인선 배경으로 "경험과 경륜이 풍부하고, 청렴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검찰 내 신망이 두터운 분"이라고 설명했다. '특수통'인 김 내정자를 지명한 것은 청와대 비서실장,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이 공안통 일색인 상황에서 또다시 공안통 기용에 따른 비판 여론을 감안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김 내정자는 '부통령'으로 불리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여러 가지 인연이 있다. 김 내정자는 1991년 김 실장이 법무부 장관이던 당시 법무부 법무심의관실에서 근무하며 깔끔한 일 처리로 눈에 띄었다고 한다. 김 실장이 거제, 김 내정자가 사천으로 모두 경남 출신이다. 이 때문에 김 내정자의 지명을 김 실장의 '기획작품'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날 발표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군 4명을 추천한 지 불과 사흘 만에 이뤄진 것이다. 그래서 청와대가 이미 김 내정자를 '점지'해놓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신임 검찰총장 후보로 내정된 김진태 전 대검차장이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변호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 특수수사 방식에 '문제의식'

김 내정자는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히지만 '특수통 내 비주류'에 가깝다. 대검 중수2과장을 거친 것을 제외하면 대검 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2·3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대검 중수부장 등 '특수통'의 요직을 밟지 못했다.

김 내정자는 검찰의 특수수사 방식과 특수통 검사들의 실력, 태도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과 최재경 중수부장(현 대구지검장)을 정점으로 한 특수통 검사들이 충돌한 지난해 말 '검란'을 놓고 양측 모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최근 불거진 '윤석열 사태'에 대해서도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역설적이지만 '특수통'인 김 내정자가 검찰총장에 취임하면 특수수사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국정원 사건 수사 처리가 첫 시험대

김 내정자는 지난해 '검란'으로 한상대 전 총장이 물러난 뒤 총장 직무대행을 맡아 조직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채동욱 전 총장 사퇴와 국정원 사건 수사를 계기로 법무·검찰, 공안·특수, 지휘부·수사팀 간 신뢰가 붕괴된 검찰을 수습하는 데 적임자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황교안 법무장관(56)보다 사법시험은 1년 늦게 합격(연수원 14기)했지만, 나이는 5살이 많다.

그러나 현 정권이 '입맛대로 수사하지 않은 채 전 총장을 찍어냈다'는 사실은 김 내정자에게 상당한 부담 요인이다. '김진태 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기대,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검찰 내부 및 시민사회의 기대는 상충될 소지가 크다. 김 내정자가 임기 내내 둘 사이에서 곡예에 가까운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박영수 전 고검장은 "국정원 사건 수사를 정확히 마무리해야 한다. 좌고우면하면 검찰이 설 땅이 없어진다"며 "그래서 이번 검찰총장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 정제혁·안홍욱·정희완 기자 jhju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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