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 논란] 검찰 "대통령기록물 삭제로 처벌" .. 노무현 전 대통령 통치행위로 보면 처벌 힘들수도

강철원기자 2013. 10. 3.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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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반드시 이관해야 하고 삭제 땐 더 문제"盧 측 "기록원에 수정본 남아있으니 문제 안돼"수사 도중 이례적 발표에 "의도 있나" 궁금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의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았고 참여정부의 청와대 통합업무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에 등록됐다가 삭제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의 향후 수사와 사법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에선 검찰이 수사 도중 이례적으로 수사 내용을 상세히 발표한 것을 두고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2일 검찰이 발표한 대통령기록물 확인 결과에 따르면 향후 수사의 쟁점은 정상회담 대화록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지 않은 행위와 이지원에 등록됐던 대화록을 삭제한 행위의 위법성 여부다. 검찰은 이 두 가지 행위 모두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수사 대상과 사법처리 수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모든 과정과 결과가 기록물로 생산ㆍ관리돼야 한다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의 취지에 비춰볼 때 삭제 행위만으로도 실정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화록은 남북 정상 간 대화를 낱낱이 기록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중요문서이기 때문에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돼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화록은 반드시 이관돼야 하고, 이관이 안 됐다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고, 삭제가 됐다면 문제가 더 크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검찰의 시각은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2008년 2월 퇴임 당시 청와대 이지원을 복제해 봉하마을 사저에 구축했다가 같은 해 7월 국가기록원으로 반환한 '봉하 이지원'의 별도의 대화록이 남아 있는 만큼 미이관이나 초안 삭제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노무현재단 측의 반박과는 상충된다.

반면 대화록이 애초에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국정원에 의해 생산된 문서인 만큼 공공기록물로 분류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더 나아가 대화록 삭제가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면 이를 통치행위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올 초 검찰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화록을 삭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미 국정원에 공공기록물로 분류된 대화록이 보관돼 있기 때문에 같은 대화록을 대통령기록관에 따로 보관할 필요가 없어서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럴 경우 단순 실행자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힘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삭제를 지시했더라도 절차상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삭제 관여자가 형사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화록 삭제에 관여한 실행자들의 고의성 여부 및 삭제 동기에 대한 조사가 끝나봐야 사법처리 여부와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은 향후 대화록 삭제 주체와 경위, 시점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노무현재단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에 참여정부 당시 기록관리비서관실 직원들을 중심으로 줄소환이 예상된다. 특히 기록물 이관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소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대화록이 국가기록원 이관 대상에서 제외된 정확한 이유와 '봉하 이지원'에 대화록이 남게 된 경위 등에 대해서도 규명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날 노무현재단이 "최종본이 만들어지면 초안이 삭제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힌 것에 대해 반론을 내놓기도 했다. 검찰은 삭제됐다 복원된 대화록과 '봉하 이지원'에서 발견된 대화록, 국정원 보관 대화록 모두 완성본이기 때문에 원본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세 가지 대화록 모두 내용의 동일성에는 변함이 없다. 모두 개별적으로 완결된 것으로 삭제한 행위 자체는 중대한 문제"라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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