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박 대통령 띄우려다..미 국방과 회담 내용 일방 공개 결례

유신모 기자 입력 2013. 10. 1. 19:28 수정 2013. 10. 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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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지난달 30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의 비공개 면담에서 한·일관계 부분만 미측의 동의 없이 언론에 일방적으로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사 문제에 반성이 없는 일본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를 홍보하기 위한 의도가 앞서 외교관례를 무시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저녁 면담 요지를 보도자료 형태로 공개하면서 박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한 발언만 뽑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역사 문제라든가 영토 문제라든가 이런 것에 대해 자꾸 역사퇴행적인 발언을 하는 (일본) 지도부 때문에 신뢰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이 "일본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사과는커녕 계속 모욕을 하고 있다"고 한 발언과 이런 문제는 정상회담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발언 등도 공개했다.

문제는 이 같은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 사전에 미국 측과 협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측과 사전 협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 없이 (내용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서 공개했다"고 말했다.

외교관례상 국가 간 협의 내용은 어디까지 언론에 공개할 것인지 양측이 정하도록 돼 있다. 미 국방부의 보도자료에는 두 사람의 면담에 대해 "헤이글 장관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의 협력을 권고하고 이 같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간략히 나와 있다.

미국은 한·일 갈등으로 3국 간 안보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 같은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청와대의 발표로 박 대통령의 강경한 언급이 미국·일본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에 매우 불편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이런 일은 해외 지도자가 한국과의 협의를 꺼리게 되고 서로 솔직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지 못하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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