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도 북한 대하듯? 박근혜 대통령 스타일 '닮은꼴'

송용창기자 입력 2013. 8. 28. 03:37 수정 2013. 8. 28.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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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투명한 소통 등 원칙 중시 두드러져 "야권을 길들이려는 제왕적 모습" 우려도

야당을 대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식이 남북 관계 접근법과 여러모로 닮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형식이나 원칙을 강조하는 모습이나 소통 방식 등이 흡사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26일 민생 관련 여야 지도부 회동을 제안하면서 형식은 5자 회담 방식을 고수했다. 야당이 제안한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 양자 회담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에서 절충안으로 나온 3자 회담 조차도 거부한 것이다. 여야 당 대표에다 원내대표까지 포함하는 5자 회담이란 형식을 고집하는 것은 회담의제가 민생법안 처리라는 점을 못박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안 처리를 논의하는 자리에 원내대표가 빠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이 형식에 치중하는 모습은 현정부의 대북 접근에서도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남북 회담 방식이나 회담장소 등 형식을 유달리 따져 급기야 지난 6월 '격(格) 문제'로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되기도 했다. 청와대는 형식 중시가 '형식이 내용을 규정한다'는 박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야 관계에서도 5자 회담이란 형식이 '민생 의제'라는 내용을 담보한다는 함의가 깔려있다.

형식을 통해 대화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정치적 계산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대북관계에서 회담장소 등을 두고 남북이 여러 차례 맞제의하며 신경전을 벌이던 모습이 청와대와 야당 사이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청와대의 5자 회동 방식에 대해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7일 '양자회동+5자회동'으로 역제의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남북간 핑퐁 게임을 보는 것 같다"는 얘기도 나왔다.

아울러 대북관계에서 투명한 접근을 위해 비선 라인을 배제하겠다는 청와대의 방침이 대야 관계에서도 적용되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26일 야권에 민생 회담을 제의하면서도 사전에 물밑 조율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민주당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해 어리둥절해하며 한동안 공식 반응을 내놓지 못했다.

'성과가 없는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대북 접근법 역시도 어김없이 대야 관계에 적용되고 있다. 청와대는 국정원 문제를 다루는 양자 회담을 해봐야 아무런 합의점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의례적인 만남은 갖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북 관계에서 성과를 냈던 박 대통령 스타일이 대야 관계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북관계에선 원칙 강조가 통할지 모르지만, 대야 관계에서 야권을 길들이려는 제왕적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소모적인 대치 정국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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