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나오면 직원들은 즉시 댓글로 퍼날라

이효상 기자 2013. 8. 2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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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직원들은 정부·여당에 반대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종북'으로 몰라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를 인터넷상에 댓글과 게시글 형태로 전파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원 전 원장의 발언에 따라 야당을 비방하는 글을 작성했다. 검찰이 확인한 글 중 73건이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안철수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11월23일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게재된 '연평도 포격 2년... 그날을 잊었는가'라는 제목의 글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천안함 폭침 후 나온 5·24 대북제재까지 해제하겠다고 한다. 국민은 어떤 후보가 우리의 안보와 국익을 수호하고 책임질 수 있는지를 눈여겨봐야"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8월29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서 작성된 글은 민주당과 통진당의 연대파기 논의에 대해 "아따 역시 통수('뒤통수를 때린다'의 줄임말)는 그들의 종특(종족 특성)이어라"라는 글로 양당을 함께 비방한다.

2011년 재·보선에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 국정원 직원들은 "하긴 안철수뽕(지원)으로 당선된 거니까 후빨(잘 대해준다는 의미의 인터넷 용어)해주는 건 당연한 건지도 모르지 하여간 원숭이(박원순 시장 지칭) 진짜 운빨하난 개쩌네(운이 좋다)"라고 썼다.

국정원 직원들은 원 전 원장의 사법부 비방 발언도 인터넷으로 옮겼다. 지난해 대법원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생일 축하 메일을 보낸 사건을 유죄로 판결하자 국정원 직원은 "원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는 판사의 뇌구조가 궁금하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원 전 원장이 '좌파 교육감'과 '서울시장'에 대해 언급하자 국정원 직원들은 양쪽을 비방하는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일부 교육감들이 가해 학생의 학교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을 거부하자 국정원 직원들은 "전교조의 선거부정 뉴스가 이어지더니 이번에 좌파 교육감들이 학교폭력을 두둔하면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고 썼다.

원 전 원장이 국내의 적을 언급하면 '민주노총' '참여연대'와 같은 단체들이 표적이 됐다. 국정원 직원들은 '민노총 총파업 개망'이라는 글에서 "안그래도 국민 열에 여덟이 민노총 총파업에 대해 경제 불황에 악영향을 미치는 명분없는 파업이라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었다는데"라고 적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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