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후보? 내 목표는 대통령 4~5명 연속배출 안철수 의원에게 미안, 민주당이 변화 만들겠다"

2013. 7. 1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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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남소연,김병기 기자]

취임 3주년을 맞은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 오마이뉴스 > 와 인터뷰에서 "연임이 보장된 단체장은 당연히 연임에 도전하는 게 의무"라며 재선에 도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 남소연

안희정 충청남도 도지사는 최근 재선을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취임 3주년을 맞은 안 도지사는 지난 5일 < 오마이뉴스 > 와의 인터뷰에서도 "연임이 가능한 단체장은 당연히 연임에 도전하는 게 의무"라며 재선거에 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차기 대선 후보군에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먼 이야기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영광"이라면서도 "도지사를 하면서 부딪치는 많은 도전 과제 역시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숙제이기 때문에 그 역사의 현장에 있고 싶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님, 정말 미안합니다"

그에게 '정치인 안희정의 최종 목표'를 묻자 "개인기에 의존한 집권은 5년 권력에 머물 수밖에 없다"면서 "훌륭한 대통령 4~5명을 연속으로 배출할 수 있는 정당의 출발자, 그런 정당의 아버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소속한 민주당보다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는 '안철수 신당' 움직임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안철수 의원님, 정말 미안합니다. 많은 부담에,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계신가요. 평생 직업 정치인으로 살아온 것도 아닌데 현실 정당인으로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는 국정원 댓글사건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사건과 관련해서는 "남대문이 불타는 모습을 볼 때의 심경과 비슷하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 상황을 방치하지 말고 나서서 수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날 안 지사와의 인터뷰는 서울 중구 만리동 충남도청 서울사무소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요즘 마음 상태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취임 초기에는 처음 만나는 낯선 상황이 어려웠습니다. 스펙트럼이 다양한 연령층을 만나서 관계를 맺어야 했습니다. 장애인단체, 다문화 가족, 고엽제 전우회, 재향군인회, 새마을운동, 엘리트 농업인, 어업인, 수산인, 중소기업인, 전통시장의 소상공인 등등. 다양한 갈등 위에 서는 일에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차갑게 분노하거나 화가 나있는 분들과 만나는 법을 터득했다고 자평할 수 있죠."

- 갈등 위에 서도 여유로울 수 있는 비법이 뭔가요?

"딱 하나입니다. '예, 그러시군요. 미안해요'라고 말합니다."

- 그게 무슨 말이죠?

"서해 유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수년동안 많이 화가 나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을 만나 '법적인 소송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니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계속 견뎌야 하는 주민들은 더 고통스러울 겁니다. 2007년 홍수피해 때 내가 내민 것을 손을 내쳐버리는 분들, 도청 앞 광장에서 야적시위하시는 분들에게 정부 책임자로서 '정말 미안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냥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흐름을 읽어서 말입니다. 그래야 마음의 줄기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도 닦는 건 아닐지...(웃음)"

"안희정은 종북좌빨

? 그래도 대화 가능합니다"

- 그런데도 주민들이 화를 풀지 않는다면?

"화내지 않고 풀 먹인 옷에 방망이질을 하듯이 속으로 마음을 다잡습니다. 진심으로 상대의 아픔에 공감해야 하죠. 그게 지도자의 내공이 아닐까요? 지난 3년 동안 다양한 지역적 갈등, 개발과 환경을 둘러싼 갈등, 전통적인 진보-보수 이념적 갈등, 심지어 안희정은 '종북 좌빨 아니냐'고 공격할 때도 예전보다는 좀 더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게 정치인으로서의 신뢰를 쌓는 과정이고 충남에서도 양쪽으로부터 그런 신뢰의 자산을 얻어왔다고 자평합니다."

- SNS 소통도 활발하게 하시는 것으로 압니다. 5일 현재 트위터 팔로우가 13만9천명, 페이스북 '좋아요'가 7300명이던군요. 직접 챙기시나요?

"트위터만 하다가 페이스북은 올초부터 시작했습니다. 페북에는 장문의 글과 수필적 단상을 적고, 트위터는 대자보로 씁니다.(웃음) 요즘은 페북 때문에 '문학 예능감'을 되살리고 있어요."

- 대학에서 철학과를 전공했는데, 문학청년이었나요?

"문학가가 되는 게 꿈이었었죠. 대하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중학교 때 박경리 작가의 < 토지 > 를 읽고 기가 죽었습니다. 처음에는 SNS가 신기해서 열심히 했는데, 아내한테 점수를 많이 잃었습니다. 왜 자기랑 있으면서 알지도 못하는 딴사람들과 대화하냐고 문제제기를 세게 했어요. 그래서 요즘은 아내와 함께 있을때는 아내의 눈만 봅니다. 다른 쪽에 마음과 영혼을 팔지 않도록...하-하-하."

- 트위터와 페이스북 아이디가 'steelroot'입니다. 그걸 보고 잭 런던의 소설 < 강철군화 > 를 떠올렸습니다.

"제가 철물점 집 둘째 아들입니다. 그런 의미도 있긴 한데요, 처음에는 '풀뿌리'라고 하려고도 했는데 '쇠뿌리'라고 결정했죠. 아버님은 비오는 날 쇠가 녹슬지 말라고 비닐 포장을 쳐놨습니다. 술래잡기를 하다가 포장 속으로 들어가곤 했는데요, 특유한 쇠비린내가 났습니다. 대장간 쇳물에서 나는 냄새와 철사, 못에서 나오는 냄새가 달랐죠. 호미와 낫, 쇠스랑에서 나는 냄새도 달랐고요. 어쨌든 쿨한 냄새인데요, 그런 쇠에 대한 기억 때문에 아이디를 그렇게 지었습니다."

안희정 지사의 자기 평가는 '80점 이상'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대선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너무 먼 이야기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영광"이라면서 "도지사를 하면서 부딪치는 많은 도전 과제 역시 대한민국이 풀어야할 숙제이기때문에 그 역사의 현장에 있고 싶다"고 말했다.

ⓒ 남소연

- 7월 1일로 취임 3주년입니다. 3년 도정에 대한 자기평가를 하자면 100점 만점에 몇 점 주실 수 있습니까?"제가 점수를 주기는 좀 그런데... 낙제점은 면한 것 같고, 80점 이상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80점 이상을 주신 근거는?

"지금 시대에 국정 철학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은 지속가능한 발전 철학입니다. 자원을 고갈시키거나 갈등을 심화시키는 발전전략으로는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민주주의 리더십이죠. 지도자는 민주주의적 가치에 투철해야 합니다. 저는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과 더 좋은 민주주의라는 큰 흐름 속에서 지방정부의 행정혁신에 손을 댔고 시군과 도의회와의 관계, 도와 중앙의 관계를 재정립하려고 했습니다. 또 자치분권이라는 지방자치 확산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

"가령 외국인직접투자유치 심사단계에아시아 평화 질서에 기여하지 않는 기업들을 제외시켰습니다. 환경성과 역사성을 심사하도록 했죠. 또 친환경농업단지에 개별 공장이 들어오면 개발 이익을 지역과 지역이 나눠가질 수는 있지만 지속가능한 전략은 아닙니다. 충청남도형 외자유치전략을 짜고 산업개발 내규를 만드는일 등을 했습니다."

- 충남도 차원의 정부 혁신, 행정 혁신이라고 하면 무엇이 있나?

"도는 도답게, 시군은 시군답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기본 생활권은 시군에서 이뤄집니다. 도는 국가 위임사무의 관리자가 아니라 광역 행정에 집중해야 합니다. 도는 임금님 시절의 현장 감독자가 아닙니다. 그런 것은 시군에 넘겨야 합니다. 시군과 도의 역할을 나눠서 조직편제를 달리해야 합니다. 생활 정부 단위를 서울, 대전, 광주 등 광역시로 나누는 것은 전근대적 발상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1000만 인구가 사는 파리나 5만 인구가 사는 읍 단위도 다 '꼬뮨'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네축구조차 국가가 하려고 해서 문제죠. 농업 부분도 정부가 개입하면 보조사업으로 전락합니다. 충남도가 3농 혁신을 계속해온 것도 생활 정부 단위에서 해야만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행정 혁신의 핵심은 기존 공무원의 연공서열을 대신할 실질적인 인사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인문, 사회, 역사 분야의 독서를 권장하는 독서대학을 운영했고, 해마다 직무 목표를 내걸어서 그 결과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는 직무성과 계약제도 시행할 예정입니다. 공무원들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간부가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정년과 연공서열이라는 600년 된 관료사회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방식, 평가방식을 바꿔야 정부 혁신이 가능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도 이 문제에 대해 좋은 안을 가졌으면 합니다."

- 혹시, 지난 3년 동안 도정을 펴시면서 눈물을 몇 번 흘리셨나요?

"그 질문을 들으니 나오던 눈물이 쏙 들어가네요.(웃음) 2011년 콤파스 태풍이 태안 쪽으로 상륙했을 때 화훼 농가를 방문했어요, 비닐하우스 지지대가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비닐이 다 찢어졌더라고요. 장미꽃밭은 엉망이 됐죠. 우연히 50대 중반 남녀 부부가 나누는 푸념을 들었습니다. '아이고! 야반도주라도 하든지 약 먹고 죽어야 겠다'는 말이었습니다. 빚을 얻어 장만한 비닐하우스인데 살길이 막막하다면서 울었습니다. 그 고통 앞에 도지사로서 해줄 게 없다는 게 괴로워서 저도 함께 울었습니다.

(눈시울이 벌게지면서) 충남장애인복지 5개년 토론회 사회를 보다가도 울었죠. 보호시설을 늘리는 문제로 싸움이 붙었습니다. 한쪽은 시설이 너무 부족하니 시군단위로 하나 정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고 우리 장애특보는 시설에 투자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중에 특보는 울면서 '시설에 들어간 분들은 절대로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 시설에 들어가는 순간 수용소가 돼서 우리 모두 그들을 외면할 것이다'라고 말하더라고요. 그 때 많이 울었습니다. 결국 재가 수용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지난달에 아산 새터민 모임에 갔다가 임대아파트에서 살면서 20세기 낡은 체제의 희생양이 된 그들을 보고 절망했습니다."

- 도지사 임기가 1년 남았는데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선 의사를 밝혔셨더군요.

"연임이 보장된 단체장은 당연히 연임에 도전하는 게 의무입니다. 단임 임기만 마치는 것으로는 안됩니다. 다시 당선된다면 많은 분들에게 행복감이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대선 후보? 영광이지만 너무 먼 이야기"

-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안 지사도 대선주자군으로 올려놓으셨더군요.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고 계신 것은 아니겠지요?

"그 정도 선에서 제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영광인데요, 너무 먼 이야기입니다. 지금 제 앞에는 많은 도전 과제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이 풀어야할 과제입니다. 제가 있는 곳이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역사의 현장입니다. 그 뒤의 문제는 그 때 풀면 되는 것이고, 지금으로서는 그 때를 염두에 두고 제 행동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 그렇다면 정치인 안희정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오래갈 정당, 훌륭한 대통령 4-5명을 연속으로 낼 수 있는 정당의 출발자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정당의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이젠 개인기에 의존한 집권으로는 안 됩니다. 개인기에 의존한 집권은 5년 권력입니다. 대한민국의 그 어떤 것을 세울 수도 없고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도 없습니다. 국가의 100년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계획을 세울 지도력이 필요합니다."

-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개인기에 의존한 집권이라고 보시는건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개인기보다는 세력집권을 만들어야 합니다. 노사모가 새로운 시민들의 참여를 만들었지만, 정당을 재편하는 데까지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그랬습니다. 한나라당, 새누리당이라도 사회 통합적 가치를 구현했으면 좋겠는데 역대 선거 구호를 보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정의사회 구현', 김영삼 전 대통령은 '문민개혁' 이명박 전 대통령은 '747' 박근혜 대통령은 '행복시대'를 이야기했습니다. 국민들의 시대적 요구는 국가적 통합이고, 대한민국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은 이것을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합니다."

- 아직 출범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도가 민주당보다 높습니다. 그동안 언론에 나온 기사들의 뉘앙스를 종합하면 대체로 신당에 대해 회의적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그냥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안철수 의원님, 정말 미안합니다. 그 많은 부담에,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계신가요. 평생 직업 정치인으로 살아온 것도 아닌데 현실 정당인으로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현실정치에서 변화와 개혁의 흐름들을 수렴하지 못한 현 민주당의 책임이 큽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 해보겠습니다. 그래서 저도 탈당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 임기 1년 남았습니다. 남은 기간 도정에서 가장 주력할 분야는 무엇이고, 도민들에게 부탁할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죠.

"도정의 곳곳에 참여해 주시고 신뢰 보내주신 도민들께 계속 격려와 지지 부탁드립니다. 제 목표는 정부 행정의 지도자로서 도민의 신뢰 자산을 증대시키는 것입니다. 농업, 다문화, 장애인, 지역 중소기업 문제 등 어떤 정책이든지 주권자인 도민들로부터 정부 행위의 신뢰도를 높게 갖는 일이 저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남은 1년 동안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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