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17초 '이중 대독 사과'에 비판 쇄도

이동훈기자 2013. 4. 1. 03: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아닌 비서실장 명의.. 그것도 대변인이 대독"인사로 심려 끼쳐 매우 송구" 단 두 문장 발표野 "국민을 卒로 봐" 與도 "너무 무성의" 지적

청와대가 잇따른 장ㆍ차관급 인사 낙마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부실한 내용과 형식 때문에 '아니함만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은 30일 오전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대신 읽은 사과문을 통해 "새 정부 인사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인사위원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인사검증 체계를 강화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단 두 문장에다 형식도 대독(代讀)이었다. 대독하는 데 걸린 시간은 17초에 불과했다. 인사 책임자가 박근혜 대통령임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의 사과를 허 실장 명의를 빌려 김 대변인이 대신 읽은 '이중(二重) 대독 사과'라고 볼 수도 있다.

이날 사과는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ㆍ차관 등 고위직 6명이 잇따라 낙마한 초유의 인사 실패로 새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고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하락세를 보이자 이를 만회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또 이날 오후 예정된 고위 당정청 회동에서 제기될 인사 실패 비판론을 완화하기 위한 사전 조치란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내용이나 형식이 너무 무성의해 긁어 부스럼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 대변인은 대독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인사검증 책임자 문책 요구에 대해선 "비서실장의 오늘 말씀으로 갈음하는 것으로 했다"고 답변했다. 청와대 민정라인 등 인사검증 관련자 문책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 대변인은 이어'검증 체계 강화'와 관련, "제도보다는 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제도뿐 아니라 운용의 묘를 살려 어떻게 하면 보다 철저하게 개인의 도덕성이나 공직자의 자세 등을 파악할 수 있는지 토론하고 그런 측면에서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국민을 졸(卒)로 보는 나쁜 사과" "진심 없는 대독 사과"라며 맹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인사책임 라인 문책 및 교체를 촉구했다.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청와대가 초유의 인사 사고에 대해 사과하지 않겠다는 오만함에서 한발 물러섰지만, 대변인이 비서실장의 사과문을 대독한 것은 또 다른 오기"라며 "진심 없는 대독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직접 국민에게 사과하고 비서실장, 민정수석에게 인사 실패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