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각 부처에 20여분 동안 일일이 당부

이동훈기자 2013. 3. 12.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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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정부 첫 국무회의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새 정부 출범 보름째가 돼서야 뒤늦게 열린 국무회의 말미에 기존의 15개 부처 중 기획재정부를 제외한 14개 부처를 상대로 20여분 동안 일일이 당부와 지시를 했다.

박 대통령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통한 사법부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길 바란다"며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사회 4대악(성폭력ㆍ가정폭력ㆍ학교폭력ㆍ불량식품) 척결 대책도 철저히 세워 집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게는 "입시 위주, 사교육 중심의 교육을 꿈과 끼를 길러주는 학교 중심의 교육으로 바꿔서 창의적인 미래형 인재를 기르는 것이 공교육 정상화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득연계 맞춤형 반값등록금 정책을 잘 챙기고 신학기 교육 물가도 각별히 점검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에게는 "안전 관리에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하고 더 중요한 것은 예방과 선제적 대응"이라며 "안전행정부가 컨트롤타워가 돼 종합안전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는 "우리 경제 미래가 걸린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꼼꼼히 챙겨 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 "4대강 철저 점검"朴, 어차피 풀어야 할 '숙제' 임기 초반에 털고 가기… 야당 공세전 선제적 언급MB 역점사업에 메스… 신·구 정권 갈등 불가피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새 정부 첫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명박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인 4대강 사업에 대해 '철저한 점검'을 지시해 만만찮은 후폭풍을 예고했다. 4대강 사업은 박 대통령에게는 언제가 한번은 풀고 가야 할 해묵은 숙제였다. 2007년 4대강 사업의 원조 격인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이래 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에 대해 호의적인 발언을 한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명시적으로 반대한 적도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 발목잡기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던 것 같다.

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해 대선 직전이었다. 박 대통령은 TV토론 자리에서 "4대강 사업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알고 있다"며 "위원회를 구성해서라도 (잘못된 점을) 검토해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대선 이후엔 다시 말을 아꼈다.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1월,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이란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지만 원론적 언급 정도에 그쳤을 뿐이다. 다만 서승환 국토교통부ㆍ윤성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 등이 내정 직후 "4대강 사업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주목을 받았다.

이전부터 4대강 사업을 탐탁지 않게 생각해왔지만 이명박 정부와의 불화를 우려해 대통령직인수위 시절까지도 언급을 자제해 왔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친박계 내에선 "4대강 사업을 그대로 방치하면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되고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 위로 "임기 초반에 서둘러 4대강 사업과는 선을 그어야 한다"는 내부 보고도 적지 않게 올라갔다고 한다. 어차피 야당의 공세가 계속될 게 뻔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4대강 사업 점검은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면서 "박 대통령의 4대강 관련 발언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 것은 그런 의미로 해석된다. 4대강 사업을 잘 활용하면 박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의 그림자를 지우면서 리더십을 조기에 확립하는 계기를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전 정부가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사업에 칼을 들이대는 이상 신·구 정권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여당 내 친이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의 한 친이계 의원은 "지역주민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정치적인 계산으로 칼을 대서는 안 될 것"이라며 새 정부의 4대강 점검 계획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 "주가조작 자금 출처 철저히 밝혀야"대표적 탈세 범죄 뿌리 뽑아 복지재원 마련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국무회의에서 "탈세를 뿌리 뽑겠다"며 거론한 주가조작(시세조종) 행위는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대표적인 탈세 범죄다. 대기업 회장, 증권사 간부, 유명 연예인, 방송 진행자 등 사회지도층까지 가담할 정도로 만연해 있다.

올해 1월 실형을 선고 받은 윤현수 한국저축은행 회장도 자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 총 158차례의 주가조작을 했다. 선거 때마다 작전세력에 의해 등장하는 테마주는 개인 투자자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내모는 주범이다.

박 대통령이 "개인투자자를 절망으로 몰아넣고 막대한 부당이익을 챙기는 각종 주가조작에 대해 자금 출처 등을 철저히 밝혀 제도화하고 투명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 것도 주가조작으로 피해보는 선량한 투자자들이 많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보인다.

새 정부가 증세 없이 135조의 복지재원을 마련하려면 탈세 축소 등을 통한 세수확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담뱃값 인상론도 세수 확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이 "약속한 복지정책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탈세를 뿌리 뽑아야 한다", "예산 낭비가 없도록 일체 점검해달라" 등의 재원확충 발언을 쏟아낸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박관규기자 ace@hk.co.krㆍ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금융당국은 조속히 제도 마련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금융감독원과 거래소를 통해 불공정거래에 대한 강제조사를 강화하고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테마주를 띄우기 위해 풍문이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집중 감시하는 특별단속반도 강화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차명계좌로 이뤄지는 주가조작 관련 자금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계좌추적권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 "국정철학 공유 인사 임명"공공기관장ㆍ감사 등 700여명… 또 다른 코드인사 우려 목소리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해 앞으로 인사가 많을 텐데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주요 국정과제를 언급한 뒤 "새 정부가 막중한 과제들을 잘 해내려면 인사가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대해서는 새 정부의 국정 목표와 과제를 이행하기 적합한 새 인물을 임명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이어서 향후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를 직접 비판한 바 있어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 대다수의 교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통령은 한국관광공사와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 17개와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준정부기관 29개, 산업은행 등 18개 기타 공공기관 등의 기관장과 감사. 임원 등 줄잡아 500여명에 대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인사 방침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언급한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뭐냐"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결국은 친박계 위주의 '코드인사'나 '보은인사'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낙하산 인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국정 철학의 이해도와 더불어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써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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