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연평도 '승전' 규정 오락가락
내부에선 "승리한 전투"..외부로는 `승전' 표현 금지
`연평도 포격전' 명명ㆍ전투 참여장병 추가포상 없던 일로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국방부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에 따른 남북 포격전을 `승전(勝戰)'으로 규정하는 문제를 놓고 이중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군 내부에서는 2010년 11월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때 해병대 연평부대가 `이긴 전투'를 했다고 규정하고 장병정신 교육 때도 `승리했다'고 가르치면서도 `승전'이나 `전승'이라는 표현을 대외에 쓰지 말라고 각군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20일 `우리는 용감했다! 우리는 승리했다!'라는 제목의 연평도 포격도발 2주기 장병 정신교육 자료에서 "기습적인 포격도발을 감행했던 북한군은 우리보다 더 큰 피해를 입고 물러났다"며 "故 서정우 하사와 故 문광욱 일병 등 해병 전우들은 단 한 번도,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적의 포격도발을 극복하고 승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병대 연평부대가 북한군의 기습 포격도발 상황에서도 승전했다고 규정한 것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정보 소스를 통해 확인한 결과 북한군의 (사상자 기준) 피해가 우리보다 컸고 북한군은 무차별적인 포격을 했지만 우리는 적의 표적을 정확하게 타격했다"며 "결과적으로 우리가 더 잘 싸운 전투이고 그렇게 규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 당국은 밖으로는 연평도 포격도발을 `승전'이라고 부르지는 않기로 했다.
이와 관련, 군의 한 관계자는 "국방부는 해군과 해병대 등에 `승전'이나 `전승'이라는 표현은 쓰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며 "승리한 전투라고 규정하면서도 외부에는 승전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은 이중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국민 사이에는 군이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제 와서 승전으로 바꿔 설명하면 구차한 설명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북한에 가서 피해 상황을 정확히 조사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승전으로 하려면 전문적인 재평가 과정이 필요하나 당장 그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연평도 포격도발'의 명칭을 `연평도 포격전'으로 바꾸고 당시 전투에 참여했던 생존 장병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추진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당시 훈장은 전사자에게만 추서됐다.
국방부가 연평도 포격전의 재조명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북한을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책임을 물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까지 했는데 `포격전에서 승전했다'고 공식 규정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병대 연평부대는 당시 북한군의 포탄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대응사격을 잘했지만 군 지휘부는 북한의 도발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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