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軍 경계] 3중 철책 무사통과.. 소초 인근서 의문의 49분

2012. 10. 1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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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병사가 남측 GOP(일반전방소초) 생활관 출입문을 두드릴 때까지 철책이 뚫린 사실을 우리 군이 까마득히 몰랐던 것으로 10일 밝혀졌다. 전방부대 경계태세의 심각한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총체적 재점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22사단에서 귀순 과정을 사실대로 보고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가 정승조 합참의장에게 CCTV를 보고 신병을 확보했다고 거짓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병사가 지난 2일 귀순한 강원도 고성군 육군 22사단은 동해안과 군사분계선(MDL)을 책임지는 부대다. 이 병사가 비무장 상태로 귀순한 게 아니라 수류탄이나 총기를 들고 와 공격하려 했다면 이 GOP의 우리 병사들은 몰살당할 뻔했다.

당시 GOP 장병 40여명 가운데 15명이 철책 경계에 투입됐고 생활관에는 상황근무자 1명과 불침번 1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군사분계선 바로 아래쪽 최전방 경계초소(GP)와 그 다음의 3중 철책망, 그리고 GOP 등에 모두 경계근무 병사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통상 GP에는 2인1조의 경계병이, 철책망에는 야간의 경우 400~500� 간격으로 병사들이 투입된다. GOP에서는 GP와 철책망에 투입될 병사들이 대기한다.

이처럼 경계근무가 진행되는 데도 북한 병사는 전혀 발각되지 않고 GP, 3중 철책망, GOP를 지나 장병 생활관까지 왔다. 불침번에게 발각되지도 않았다. 합참 조사 결과 북한 병사가 GP를 지난 시각은 오후 10시30분쯤이었고, 오후 11시19분쯤 생활관 문을 두드렸다. 해당 부대는 50분 가까이 북한군 침입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더구나 이날은 강원도 강릉 경포대 앞바다에서 북한 잠수정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인근 부대 전체에 경계태세 강화 명령이 떨어져 있었다. 평상시보다 더 철저하게 주변 정찰을 나서야 했던 상황에서 이 부대는 GP와 3중 철책, GOP에 설치된 CCTV조차 제대로 관찰하지 않고 있었다.

과거에도 최전방 철책이 뚫린 경우는 적지 않았다. 22사단에서는 1999년과 2009년 민간인이 철책에 구멍을 뚫고 월북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기도 했다. 2006년 6월에는 북한 병사 1명이 중부전선 비무장지대 철책을 통과한 뒤 나흘 동안 남측 지역을 돌아다니다 주민 신고로 붙잡혔다.

한 군사 전문가는 "전방부대 전투력과 경계력을 강화하겠다는 군의 '창끝부대 강화전략'이 완전히 허점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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