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철수'와 안철수의 진실게임..사전교감?

정용인 주간경향 기자 2012. 2. 1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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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팬클럽 '나철수' 창립 안 원장 측 '우리와 관계없다'

안철수 팬클럽을 자임하고 나선 '나철수'. 가시화된 '철수연대'일까, 아니면 하나의 해프닝일까. 지난 2월 9일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 "분명히 말합니다. 우리 안철수 원장님, 박경철 원장님과 올해 1월3일 3시50분부터 5시40분까지 만났습니다.(중략) 어떻게 더 말씀드리겠습니까. 나는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박경철 원장과도 이야기했습니다. 전화가 불통돼서 안 된다, 이메일로 하자는 겁니다. 제가 명함 갖고 있습니다. 교신했고요, 그 후에 김효석 의원, 강인철 변호사를 만나서 간곡하게 뜻을…." 창립 행사장에 모인 청중들이 박수를 쳤다. '나철수'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해훈 북방권교류협의회 이사장의 말이다. 안철수 팬클럽 나철수는 '나의 꿈, 철수의 꿈, 수많은 사람들의 꿈'이라는 단체 이름을 줄인 말이다.

안철수와 충분히 사전교감되었다?

2월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나철수' 창립대회에서 공동대표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정해훈 상임공동멘토대표. | 정용인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앞으로 세워지게 될 안철수재단(가칭)의 활동계획을 발표한 다음날, 또 하나의 안 원장 관련 뉴스가 떴다. 안철수 팬클럽 '나철수'가 안철수재단 활동계획을 발표한 바로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사흘 뒤에 발족한다는 것이다. 나철수가 사전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정 이사장 이외에도 정창덕 한국유비쿼터스학회장(고려대 교수), 고종문 전 주택관리공단 사장,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교수 등이 '공동멘토대표'를 맡는다고 밝혔다. 이들과 안 원장의 '관계'가 초미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KBS 기자 출신인 정 이사장은 지난 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유세·홍보본부장을 맡았으며, 조순 전 부총리가 민주국민당 총재를 맡을 당시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으로 경기 남양주갑 공천을 신청해 1차 탈락한 전력이 있다. 정 이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안 원장과의 관계가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교감됐고, 앞으로도 긴밀하게 연결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소 애매한 언급이다.

"충분히 사전교감되었다"고 했지만 안 원장 측의 첫 반응은 나철수와의 관계에 대한 부인이었다. 안철수재단을 책임지고 있는 강인철 변호사는 8일 '참고자료'라는 명의의 해명자료를 내고 "팬클럽은 안철수 원장은 물론 안철수재단(가칭)과 전혀 무관하다"며 "조직에 대한 오해로 선의를 갖고 참여하는 개인들에게 유·무형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충분히 교감되었다"는 나철수 측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안철수·조순 회동의 '진실'

지난 6일 안철수재단 활동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교수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나철수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창립식 날 아침, MBC 라디오의 시사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이었다. 진행자 손석희 교수는 안 원장의 핵심 측근의 말을 빌려 연말 조순 전 부총리와 만나는 자리에 정 이사장이 배석한 적은 있는데, 정 이사장의 역할은 안 원장과 교감하는 관계라기보다 일종의 수행비서 역할에 불과했다는 의혹을 던진 것이다. 손 교수는 또 '개인의 정치적 목적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정 이사장의 답변이 팬클럽의 목적에 대한 의구심을 더했다. "뭐 그거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분명히 그런 것도 있다 하는 것, 제가 말씀드릴 수 있고요."

창립행사에서 정 이사장은 이날 오전 라디오 출연 일이 무척 신경이 쓰이는 듯했다. 총 네 차례에 걸쳐 손석희 교수에 대해 언급했다. "제가 손석희 교수와 100분토론(편집자 주: 손 교수는 현재 100분토론의 진행자가 아니다)을 붙을 자신이 있다고 했는데, 대단하시죠. 그런데 묻고 싶습니다. (손 교수가) 국가와 사회 현장을 위해 얼마나 뛰어보았느냐고요. 민생현상을 가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여기 우리들은 그야말로 밑바닥을 체험해봤습니다." 이 기사의 맨 앞에 인용한 '자신과 안 원장의 만남' 이야기도 이날 오전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언급된 '안철수의 핵심측근'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제시됐다.

이날 창립식에서 팬클럽의 정체성을 의심스럽게 만드는 사건(?)은 또 있었다. 이날 청중석에 있던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며, 정 위원장의 언론계 '선배'"라는 노모씨는 "팬클럽은 선거법상 활동에 제한이 되기 때문에 준정치조직인 '나철수'가 오해를 받을 필요가 없다. 한 명이 되든 두 명이 되든 출마를 하자. 실패하면 또 어떠냐"고 발언했다. 이에 대한 정 이사장의 답은 이렇다. "대선배님이 단호한 말씀을 해줬습니다. 어떻게 다 동감하십니까. 박수 한 번 쳐주십시오. 지도부에서 심도있게 이야기한 것은 아닙니다만 방금 말씀하신 것을 다각도로 검토하겠습니다." 이날 행사장에는 실제 현재 4월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사 여럿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진실은 무엇일까. 안철수 측과 '나철수' 양쪽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연말 또는 연초 정도에 안철수 원장이 조순 전 부총리의 집을 방문해 '덕담'을 나눈 것은 사실로 보인다. 회동한 인사들은 안철수 측에서는 안철수 원장과 박경철 전 안동신세계병원 원장, 그리고 조순 전 부총리와 정해훈 이사장 등 4명이다. 조 전 부총리는 < 주간경향 > 과의 통화에서 "정확한 시일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시점에 안 원장이 찾아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당시 정 이사장이 안 원장을 '안내'해서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 측이 정리하고 있는 이날 만남에서 오간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조 전 부총리를 찾아온 안 원장은 세배 한 뒤 조 전 부총리와 자신의 인연에 대해 10여년 전 어느 강연장에서 강연을 듣고 감명을 받았다며 운을 뗐다. 조 전부총리가 덕담으로 "앞으로 더 큰일을 많이 하셔야 하지않겠느냐"고 말하자 안 원장은 "저는 세(勢)가 없습니다. 관심이 없습니다"라고 답했고, 조 전 부총리는 세는 안 원장이 만드는 것이 아니고 포럼 같은 틀을 통해서 주위에서 만드는 것이라고 화답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한 사람은 저였습니다." 2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 이사장은 "안 원장이 50%의 지지가 있는 반면, 50%는 반대를 하기 때문에 주위에서 (정치권에) 나가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 어떤 식으로 (정치권 진입을) 추진하는 것이 좋으냐고 물으니 조 전 부총리가 '핵심세력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고, 다시 내가 '포럼 형태의 학습조직이 좋다'고 부연해서 안 원장에게 충고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순 전 부총리는 "어쨌든 그날 회합에서 나와 안 원장이 덕담한 것 이외에 정 이사장이 어떤 조언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정 이사장의 발언을 부인했다. 정 이사장은 안 원장에게 직접 받은 명함으로 메일을 보내 안 원장으로부터 두 번의 답장을 받았는데, 첫 번째는 조순 전 부총리를 만나러 갈 때 안 원장 혼자 갈지, 아니면 박 전 원장을 대동할지에 대해 자신에게 조언을 구하는 메일에 '2대 1'로 하자는 답장을 받았고, 두 번째는 안 교수가 미국 출장을 갈 당시 조심해 다녀오라는 안부 인사를 서로 주고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것은 나철수 쪽의 주장이다. 안 원장 쪽의 설명은 다르다. < 주간경향 > 이 취재한 나철수의 '주장'과 관련,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안 원장에게 확인해보니 조 전 부총리 쪽에서 수차례 만남을 원한다는 뜻을 전해와 만나뵈러 간 것일 뿐이라고 하며, 차 한 잔 정도 마시고 나온 자리였고, 배석한 사람이 누군지 신경을 쓰지도 않은 상태이며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것이 안 원장의 전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쪽에서 명함을 달라고 해서 전해준 것뿐이며, 명함을 받아가 박 원장 쪽으로 수십 통의 전화를 하고 안 받으니까 다른 번호로 통화를 시도하다가 연락에 응하지 않으니 강인철 변호사를 일방적으로 찾아가 팬클럽을 만든다고 통보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강인철 변호사는 2월9일 전화통화에서 "포럼을 만들겠다는 메일을 보내 '이것은 교감이 되지 않은 것이니 하지 말라'고 답했던 것이 기억난다"며 "하지 말라고 하니 일방적으로 변호사 사무실로 찾아와서 첫째로 우리와 관계없고, 둘째로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도 불구하고 어쨌든 무조건 간다는 것이 그쪽의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안 원장에게 진보적 사회과학자를 소개해 '개인교습'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김효석 의원 역시 8일 전화통화에서 "그 사람들을 평가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곤란하다. 다만 팬클럽 행사에 와서 축사를 해달라고 해 나는 완곡하게 거부의사를 밝힌 바 있다"고 해명했다.

"일방적으로 수십통 전화를 걸었다"

안철수와의 '교감'은 공동멘토대표 내에서도 정 이사장이 전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 측의 '반응'을 전해들은 한 공동멘토대표는 "처음부터 나는 정치지향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일정한 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정 이사장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이고 좋은 뜻으로 참석한 것인데, 아무래도 정리하고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엄밀히 말해서 팬클럽이 당사자의 동의를 받고 만들어지는 게 아닌 것은 맞으며, 사실 안 원장 입장에서 팬클럽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정치쪽으로 가려는 사람이 팬클럽을 파는, 사익이 들어 있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만약 그런 경우라면 안 원장의 입장에서 자신과 무관하다는 것을 밝히고 제동을 거는 것은 올바른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원장 관계자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조금 더 강경하게 입장을 밝혀야 할지 여부를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해 알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이사장은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이미 출범했으니 안 원장 쪽이 도와주면 좋겠지만, 적어도 서로 방해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특히 강인철 변호사의 반발이 큰데, 지금 추진 중인 재단사업에 혹시 방해가 될까봐 견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이날 통화에서 "필요하면 안철수에게 쳐들어가겠다. 나는 간다면 가는 사람이다. 언론에 통보하고 대동하고 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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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인 주간경향 기자 inqbu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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