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기수문화' 철폐안 나올까
기수개념 재정립 등 행동강령 수립 계획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미군 철조망은 녹슬어도 해병대 기수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해병대의 고정 신화가 철폐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해병대는 2사단 총기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병영 내 악ㆍ폐습 척결을 위한 혁신기획추진단(TF)을 구성해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수립하고 있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17일 밝혔다.
김시록 해병대 부사령관(중장)이 책임을 진 이 TF에서는 해병 기수 개념의 재정립과 선임 기수가 할 수 있는 것과 해서는 안 될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강령을 수립하고 만약 이 강령을 위반하면 엄중하게 처벌하는 기준을 만들 계획이다.
현재 TF에서는 해병 기수를 유지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드러난 기수문화의 장ㆍ단점을 자세히 분석해 계승할 것과 고칠 것을 면밀하게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의 교육훈련단(신병훈련소) 입소를 기준으로 하는 기수는 병 상호간 위계질서를 분명히 밝혀 단합과 부대관리에 도움을 주는 장점도 있지만, 선임 기수들이 후임 기수를 때려도 된다는 특권의식을 가지게 하는 등 부작용도 크다고 해병대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해병대의 기수문화를 하루아침에 철폐할 수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기수 문화가 해병대를 상징하는 만큼 이를 철폐한다면 당장 예비역 단체들의 반발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해병대의 오랜 전통이자 군기를 상징했던 야간 점호인 '순검'을 2006년 병영문화개선 작업의 하나로 '자율형 점호'로 바꿨다가 예비역들의 반발로 다음해 1월 부활시키기도 했다.
빨간 명찰과 팔각모, `세무 워커'와 함께 해병대의 상징으로 통하는 순검은 병사들이 일렬로 늘어선 가운데 내무반장이 '15분전, 5분전, 순검'이란 구호를 외치면서 시작되며, 만약 지적사항이 생기면 땅에 머리 박기(일명 원산폭격), 완전군장하고 운동장 돌기 등 육체적 고통이 따르는 체벌이 가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병 기수 개념이 변형된 것은 분명하다"면서 "이를 병사 상호간 훈련소 배출 개념으로 할지, 선임과 후임 사이 명령금지 등의 개념으로 재정립할지를 해병대에서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해병대의 '기수'를 이번 기회에 아예 '차수'로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기' 대신 '○○○차'로 하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해병대 TF에서 수립 중인 병영생활 행동강령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병영생활 행동강령에는 병영에서 지켜야 할 기본행동과 금지사항, 위반시 처벌기준을 비롯한 구타, 가혹행위, 왕따, 기수열외 등 병영내 용어 개념을 명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행동강령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는 근거와 처벌 규정, 각종 지침 등도 반영될 것이라고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열린 해병대 지휘관회의 및 토론회에서 포항 교육훈련단이 발표한 '해병 3대 금기사항'과 '초급간부 3대 행동강령' 내용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발표된 3대 금기사항은 '해병은 해병대의 명예를 욕되게 하지 않는다', '해병은 적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다', '해병은 전우를 상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급간부 3대 행동강령은 '부하가 식사하는 것을 확인한 후 식사한다', '부하가 잠자는 것을 확인한 후 취침한다', '부하가 무장을 벗고 쉬는 것을 확인한 후 무장을 벗는다'는 내용이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2003년 육군에서 수립한 행동강령이 모델이 될 것"이라면서 "이 모델을 바탕으로 해병대의 특성을 가미한 행동강령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4개항의 육군 행동강령은 '분대장을 제외한 병 상호간에는 명령이나 지시, 간섭을 금지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구타 및 가혹행위를 금지한다', '폭언과 욕설, 인격모독 등 일체의 언어폭력을 금지한다', '언어적, 신체적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 성 군기 위반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해병대는 2사단 총기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병영 내 악ㆍ폐습 척결을 위한 병영문화혁신 대토론회를 18일 오후 3시 김포시 2사단 필승관에서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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