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도서협정 발효..어떤 책이 돌아오나
日총리 "총독부 경유 도서 인도"..실제로는 '日왕실 보관 약탈 도서'
(도쿄=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 10일 한일도서협정이 발효됨에 따라 일본이 6개월 안에 돌려줄 한반도 약탈 도서 105종 1천205권에 어떤 책이 포함됐는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국이 지난해 11월 요코하마(橫浜)에서 한일도서협정을 체결한 계기는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의 한국강제병합 100년 사과 담화였다.
간 총리는 지난해 8월10일에 발표한 담화에서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거쳐 반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하는 조선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귀중한 도서"를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이 문맥을 그대로 해석하면 일본의 통치가 시작되고, 조선총독부가 존재한 1910년 이후에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도서를 돌려줘야 한다.
조선총독부가 1922년 5월에 일본 궁내청에 기증했다는 조선왕실의궤 80종 163권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밖에 증보문헌비고 2종 99권이나 대전회통 1종 1권도 책에 '조선총독부 기증'이라는 날인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간 총리 담화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보이는 책도 반환 대상에 포함됐다.
궁내청이 고서점에서 사들였다는 조선왕실의궤 1종 4권('진찬의궤')은 '총독부를 거쳐 반출된 도서'가 아닌데도 6개월 안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조선총독부가 생기기 전에 통감부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간 책도 다수 포함됐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1906년에서 1909년 사이에 '한일 관계상 조사 자료로 쓸 목적'을 들어 반출한 책 66종 938권은 총독부와는 상관 없는 책이다.
이토 히로부미는 조선 총독을 지낸 적이 없고, 통감으로 있을 때 안중근 의사에게 저격당해 숨졌기 때문이다.
이 점은 일본 국회의 한일도서협정 심의 과정에서도 여러차례 문제가 됐다.
자민당 의원들이 "왜 간 총리 담화와 관계가 없는 도서까지 돌려줘야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한 것. 이에 대해 이토 히로부미의 외증손자인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외무상은 "간 총리 담화의 정신에 걸맞다고 생각해 대상에 포함했다"고 애매하게 답변했을 뿐이었다.
일본측이 간 총리가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일본 정부 보관 도서'를 유독 '궁내청 소장 도서'로 좁게 해석하면서도 조선총독부가 아니라 통감부를 거쳐 반출된 책까지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조선왕실의궤 환수위원회의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혜문 스님은 "일본측이 이번 기회에 '나중에라도 일본 왕실과 관련해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책'을 모두 넘겨주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이 추측이 사실이라면 반환의 진짜 기준은 '총독부 경유 반출 도서'가 아니라 '일본 입장에서 볼 때 나중에라도 일본 왕실에 폐를 끼칠 수 있는 책'인 셈이다.
일본측의 이같은 속내를 고려한다면 한국 정부가 간 총리 담화를 근거로 궁내청 외에 일본 국.공립 기관이 보관하고 있는 문화재의 추가 반환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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