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과없인 대화 않겠다더니 '회담 구걸'

전병역 기자 2011. 6. 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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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베를린 선언 때 베이징 비밀 접촉임기말 대북정책 성과 조급증에 무리수내년 3월 정상회담 제안 '총선용' 의혹

정부가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남북 간 비밀접촉한 사실을 시인했지만 물음표는 이어지고 있다.

당장 "정상회담에 연연하지 않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이 왜 이렇게까지, 3차례나 연쇄 정상회담을 제의한 것부터 의문이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라는 족쇄를 채웠던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 돌파구를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다. 임기 내내 이어져온 남북 간 냉전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정권의 부담이 있었다는 뜻이다.

대북 교류·협력을 금지한 '5·24 대북제재 조치'로 임기말까지 대북정책이 성과 없이 겉도는 상황에서 연평도 포격사건 같은 충돌의 역사만 남게 된 처지를 돌파하려는 조급함이 비밀접촉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결국 천안함 사건 사과를 요구하다 북측이 꿈쩍도 안하자 정상회담을 '당근'으로 제시했지만, "권모술수였다"는 북측 반응처럼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면박당한 모양새다.

이 대통령이 왜 '베를린 제안'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북측 반응에서 보듯, 천안함 사과를 전제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내년 3월 서울에 초청하겠다는 카드가 비현실적이고, 북한을 자극할 수밖에 없는 성격이 컸기 때문이다. 비밀접촉은 베를린선언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려는 후속 방편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은 당시 베를린을 거쳐 프랑크푸르트까지만 이 대통령을 수행하고, 베이징으로 날아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베를린 제안을 할 당시 베이징엔 통일부 김천식 실장이 머물고 있었고 김 비서관도 추가로 합류한 셈이다. 계산된 밑그림을 그려놓고 베를린 제안을 던진 셈이다.

정부가 비밀접촉 사실을 먼저 공개하고 나선 배경도 궁금증이 일고 있다.

사상 초유로 남북 비밀접촉이 공개되는 사달이 난 직접적인 원인을 정부가 먼저 제기했다고 북한이 못박은 대목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언론이 취재에 들어가자 지난달 18일 대뜸 "베를린 제안의 진의를 전달했다"고 비밀접촉 사실을 공식 인정해 버렸다. 외교 관례의 기본을 무시한 처사다. 일각에서는 "비밀접촉 공개 자체가 베를린선언을 포장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으로 의심했다. 당시 베를린선언이 비현실적이고 북측의 메아리가 없는 일방통행식 제안이라는 평가와 비판이 나오던 중이었다. 그 후속조치가 있다며 베를린선언의 무게를 더하려고 비밀접촉 사실을 공개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또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던 이 대통령이 올해 6월·8월, 내년 3월 서울~평양을 오가는 연쇄 정상회담을 제의한 이유도 국내 정치용이란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을 초청키로 한 핵안보정상회의 시점을 내년 3월로 잡은 것부터 다음달 총선을 겨냥한 것이란 의심을 산 바 있다. 여기에 정상회담까지 더했다면 총선을 노린 정치적 계산이 가미됐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이다. 정부가 천안함 사건에 대해 북측의 '유감' 표명 정도로 수위를 낮춰서라도 '구걸한' 모양새에서도 정상회담을 향한 절박함이 감지된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안에서는 북한에 '큰 소리' 치면서 밖에선 '구걸'하는 모습을 드러내 단지 부인한다고 덮긴 어렵고, 남측 내부에 심각한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비밀접촉 파문 속에 MB정부의 비현실적이고, 일방통행식 대북정책의 한계가 그대로 표출된 셈이다.

< 전병역 기자 >

[경향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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