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잠입 파문] 왜 무리하게 작전 벌였나
국정원직원들은 도대체 왜 인도네시아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잠입했을까. 국정원 직원들이 수집하려 했던 정보는 고등 훈련기 T-50 등 국산 무기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수입 협상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보를 알아내는 일은 따지고 보면 국방부소관이다. 국정원은 왜 '국방부 프로젝트'에까지 개입하려 했을까.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2009년 1월 원세훈원장 취임 이후 국정원이 지속적으로 역할을 확대하면서 다른 부처들과 마찰을 빚어온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고 밝혔다. 한 대당 가격이 2500만달러에 이르는 T-50 수출은 대통령이 직접 챙겨온 사안이다. 국정원은 '대통령 관심사항'에 대해 최신의 정통한 정보를 보고하기 위해 국방부 등 다른 기관의 영역까지 넘나들었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국정의 주요 현안마다 거의 제한 없이 폭넓은 보고를 해왔다"면서 "이번 사건도 그 연장선상에서 보면 된다"고 했다. 국정원 입장에서는 T-50이 방산(防産)물자이긴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핵심 수출 품목이기 때문에 제3차장 산하 산업보안단이 관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국정원과 국방부 간의 불신과 반목도 이번 사건이 벌어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국방부와 기무사는 T-50 등 방산물자 수출에 대한 정보를 국정원과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국정원이 정보 획득을 위해 독자적으로 '잠입 작전'을 벌이는 강수(强手)를 뒀을 가능성이 크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푸르노모 유스지안토로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15일 김관진국방장관과의 단독회담에서 한국과의 포괄적 방산협력에 매우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면서 "국정원이 빼낼 정보가 따로 없을 만큼 인도네시아와의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국정원이 불필요한 일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16일 오전 9시 반쯤 발생한 이 사건을 무마할 수 있었으나 이날 밤늦게 국방부 소속 대령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고 국방부에 책임을 돌렸다. 국방부는 "인도네시아측으로부터 대신 신고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인도네시아 주재 국방무관이 경찰에 알렸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정원과 국방부 관계는 작년 3월 천안함폭침과 11월 연평도포격 사건을 거치면서 더욱 틀어졌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대북(對北) 정보 공유에 대한 허점이 드러나면서 실무간부들 사이에 서로 책임을 미루고 얼굴을 붉히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특히 원세훈 원장이 작년 12월 초 국회 정보위에서 '북측이 서해 5도에 대한 공격 명령을 내렸다는 내용을 8월 감청을 통해 파악했다"고 말한 것을 둘러싸고 국정원과 국방부는 신경전을 벌였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들이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잠입한 진짜 이유는 끝까지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며, 밖에 알려지지 않은 첩보사항이나 관계기관끼리의 또 다른 차원의 갈등이 배경에 깔려 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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