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검사' 의혹 사실로.. 재수사 끝에 영장 청구
서울중앙지검이 무혐의 처분했던 '그랜저 검사' 의혹이 비판적 여론에 따른 김준규 검찰총장의 지시로 재수사를 벌인 결과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검찰은 사건에 연루된 전직 부장검사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당초 무혐의 처분을 내린 수사팀은 물론 지난 국정감사 과정에서 수사 결과를 옹호한 서울중앙지검 수뇌부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그랜저 검사 의혹을 재수사해온 강찬우 특임검사는 3일 ㅅ건설 김모 사장에게서 사건 청탁과 함께 그랜저 승용차 등 46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뢰) 등을 적용해 정모 전 부장검사(현 변호사)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정 전 부장에게 금품을 건넨 김 사장은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그랜저 검사 사건은 2008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정 검사가 지인에게 그랜저 승용차 등을 받고 후배 도모 검사에게 사건을 청탁했다는 의혹이다. 정 검사의 친구이던 ㅅ건설 김 사장이 100억원대 아파트 개발 사업권을 두고 상대방을 고소한 다음 정 검사를 통해 담당이던 도 검사에게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도 검사는 경찰에서 무혐의 송치된 사건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에서 결국 무죄가 확정됐다. 무죄를 받은 상대방은 지난해 3월 "김 사장으로부터 청탁 대가로 그랜저를 받은 정 전 부장검사 때문에 무리하게 기소됐다"며 정 전 부장검사 등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7월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 무렵 정 전 부장검사는 사직서를 냈다.
사건은 묻혀지는 듯했지만 지난 10월 언론에 보도되고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김준규 검찰총장이 지난달 16일 특임검사를 지정, 재수사를 지시했다.
재수사 결과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특임검사에 따르면 정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1월 김 사장으로부터 3400만원짜리 그랜저 승용차를 새것으로 받고 자신이 타던 400만원짜리 중고 승용차를 내줬다. 이 시기를 전후해 정 전 부장검사가 여러 차례에 걸쳐 김 사장에게서 1600만원의 수표와 현금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김 사장에게서 승용차와 돈을 받은 정 전 부장검사가 사건을 담당한 도 검사에게 "기록을 잘 봐달라"며 사건을 청탁한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정 전 부장검사의 청탁을 받은 도 검사가 그로 인해 사건 처리에 영향을 받은 혐의는 찾지 못했다고 특임검사는 밝혔다. 정 전 부장검사는 나중에 그랜저 승용차 값 3000만원을 김 사장에게 돌려줬으나 이는 자신에 대한 고발이 접수된 사실을 알고 난 뒤 혐의를 벗기 위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정 전 부장검사 등에 대한 고발건을 처음 접수한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의 판단은 달랐다. 정 전 부장검사가 그랜저를 받은 뒤 나중에 3000만원을 되돌려준 것을 단순한 차용으로 판단했다. 이와 별개로 정 전 부장검사가 16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도 밝혀내지 못했다.
재수사 착수 3주 만에 기존 수사결과가 180도 뒤집히면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지휘부의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10월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무죄라고 판단해 기소를 안 한 것이며 그 책임은 제가 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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