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과거 수사 ‘봐주기’ 의혹… 검·경·금감위 도마에

경향신문

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태광그룹과 관련한 검·경의 과거 수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금 제기되는 의혹은 대부분 과거에 나온 것인데 당시 수사기관들이 무혐의 처분하는 등 가볍게 처리했다는 것이다.

2009년 4월 태광그룹 계열사인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티브로드가 청와대 행정관과 방송통신위원회 직원들을 상대로 성접대를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티브로드가 청와대와 방통위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티브로드의 또 다른 MSO 큐릭스 지분 인수(2009년 2월)에 대한 방통위 승인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접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의혹이 불거진 지 닷새 뒤 수사에 착수했지만 단순 성매매 사건으로 접근했다. 술자리에 '제3의 인물'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로비 의혹은 밝혀내지 못했다. 청와대 김모·장모 전 행정관과 방통위 신 전 과장, 티브로드 문모 전 팀장 등은 성매매 및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그나마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서부지검은 청와대 행정관들에게 성매매 혐의만을 적용했다. 티브로드 문 전 팀장과 방통위 신 전 과장에게만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티브로드 측 접대 상대는 방통위 직원이며 청와대 행정관들은 우연히 동석했을 뿐이라는 논리였다.

지난해 4월 국회 문방위 소속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에 얽힌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티브로드가 2008년 말 방송법 시행령 개정 이전에 사실상 큐릭스 지분 30%를 사두었다는 내용이다. 군인공제회 등이 먼저 큐릭스 지분을 인수한 뒤 방송법이 바뀌면 자신들에게 되팔도록 이면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결국 티브로드가 방송법 시행령이 바뀔 것을 예상하고 이면계약을 통해 큐릭스 지분 30%를 미리 확보했는데, 이는 불법이라는 게 골자였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줬다. 올 4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티브로드가 정·관계 로비를 통해 큐릭스를 편법 인수했다는 의혹을 내사했으나 무혐의로 종결했다고 밝혔다.

당국의 태광그룹 '봐주기' 의혹은 이뿐이 아니다. 2006년 1월 태광그룹 계열사 흥국생명이 쌍용화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특혜 시비가 일었으나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는 인수를 허가했다. 태광그룹이 흥국생명의 쌍용화재 인수라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차명계좌를 통해 쌍용화재 주식을 미리 사들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주식 매입에 이용됐던 차명계좌가 태광그룹과는 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문제가 된 차명계좌의 실 소유주를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어머니 이선애씨로 판단하고, 벌금 500만원에 이선애씨를 약식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 정제혁·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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