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진압용' 전기통신법 다시 도마에

장은교 기자 2010. 6. 1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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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천안함 관련 적용 급증.. MB정부 들어 전방위 남용'공익 해할 목적' 등 기준 모호.. 잇단 무죄 선고·위헌 심판중

검찰은 최근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해 인터넷에 "해군 소령이 '지휘부가 천안함이 침수된다는 보고를 받고도 묵살했다'는 내용의 양심선언을 했다"는 글을 올린 장모씨(23)를 기소했다. 검찰은 장씨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해군 소령의 명예를 훼손함과 동시에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했다"고 주장했다. "어뢰에 1번이라고 쓰여진 것은 가짜"라고 주장한 40대 남성도 불구속 입건됐고, '남한 선제공격설'을 인터넷 쪽지로 돌린 고교생 유모군(16)도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검·경이 천안함 사고로 들썩이는 민심을 단속하기 위해 위헌 논란이 뜨거운 전기통신기본법을 또다시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사기관이 이들을 기소한 법적 근거는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이다. 이 조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기·전화를 기본통신수단으로 쓸 때 만들어진 법으로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부분이 불명확하고 '허위의 통신을 한 자'라는 부분도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인지, 통신수단을 허위로 했다는 것인지 부정확해 위헌 논란이 일었다. 인권위원회는 이미 위헌 의견을 밝혔고, 헌법재판소에서 위헌법률심판이 진행 중이다.

전기통신기본법은 현 정부 들어 유난히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특히 촛불집회와 경제위기설 등 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때마다 적극적으로 활용돼왔다. 경제위기를 경고한 '미네르바' 박대성씨도 이 조항으로 기소됐다. 박씨는 구속까지 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촛불집회 때 휴교령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낸 장모군(당시 19세)도 이 조항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장씨가 "전국의 중·고생들로 하여금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지만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촛불시위 진압과정에서 전의경의 목졸림으로 여성이 즉사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최모씨도 전기통신기본법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서울남부지법은 인터넷 토론방에 김정일 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을 붙인 뒤 '김정일이 미사일을 한방 쏴서 북풍이 불어줬으면 좋겠다'는 대화를 나누는 게시물을 올려 전기통신기본법 위반으로 기소된 최모씨에 대해서 지난달 27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일반인 누구라도 위 사진이 합성해 만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의견표명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황희석 변호사는 "전기통신기본법은 군사정권 때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경찰들의 폭력진압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됐다"며 "현 정부도 정부에 대한 비판을 막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데 적극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문제가 있는 유언비어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민사적인 배상으로 해결하는 것이 맞다"며 "유언비어를 퍼뜨렸다고 검찰이 나서서 형사기소하는 나라는 아랍권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장은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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