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여고생 자퇴 강요 교육받을 권리 침해 행위"

2010. 3. 1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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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재입학 권고 해당학교 수용청소년 미혼모 다수 학업지속 원해

A양(19)은 지난해 학교 측의 강요로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자퇴했다. 당시 회계사를 꿈꾸는 고3 학생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남자친구(26)와의 뜻하지 않은 임신이 문제가 됐다.

학교 측은 지난해 4월13일 A양의 임신을 알게 됐다. 입덧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학교 보건교사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A양과 남자친구는 아이를 낳기로 하고 양가 부모들과도 논의 중이었지만 학교에는 미리 알리지 못한 상황이었다. 담임교사와 3학년 부장교사는 어머니 양모씨(46)를 불러 "임신한 상태로 학교에 다니는 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 교장 선생이 알면 당장 퇴학"이라며 자퇴할 것을 종용했다. 학교 측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퇴학조치를 받으면 재입학도 안 된다. 자퇴해야 검정고시도 칠 수 있다"며 자퇴서 제출을 강요했다. 남자친구와 A양이 항의하자 "미성년자를 임신시켰으니 형사고발감이다" "왜 징계위원회 가서 일을 시끄럽게 만들려 하느냐"는 윽박만 돌아왔다.

A양과 양씨는 어쩔 수 없이 자퇴서를 제출했지만, 이를 납득할 수 없었던 양씨는 그 해 4월 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16일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자퇴를 강요한 행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4호 '임신·출산을 이유로 한 교육시설 이용'에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해 사실확인 조사를 거쳐 해당 학교에 A양을 재입학시킬 것을, 해당 지역 교육감에게 재학 중 임신 학생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 등을 권고했다.

이 권고 후 A양은 지난해 7월13일 해당 학교에 재입학해 학교 공부를 마쳤다. A양은 현재 수도권 소재 대학의 세무회계학과에 수시전형으로 합격해 백일 된 딸을 키우며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는 "딸이 꼭 학업은 이어가고 싶다고 해서 일단 고등학교를 마치게 하기 위해 뭐라도 해보려는 마음에 진정했다"며 "성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한 엄마와 학교, 어른들의 책임도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8년 발생한 13~19세의 미혼모는 3300여명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가 이 중 63명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임신 이후 80.6%(50명)는 학업 지속을 원했다. 하지만 임신 당시 학교에 다니던 학생 18명 중 33%는 자퇴, 61%는 휴학·장기결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인권위 문경란 상임위원은 "청소년 미혼모에게 임신을 이유로 학교시설 이용에 차별을 두고 자퇴를 강요한 것은 학생의 기본 인권 중에서도 핵심적인 학습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학업이 지속되지 않으면 자립기반을 갖기 힘들다는 면에서 복지적 차원에서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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