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국산 쇠고기' 전경들만 먹였다

홍진수기자 2009. 10. 1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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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중앙청사 등 구내식당 1년간 소비 '전무'

ㆍ호주산만 구매… 공무원들 사실상 '불신'

ㆍ"국민신뢰 위해서 먼저 먹겠다" 거짓말로

지난해 5월7일 국회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청문회'에 출석한 정운천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를) 먼저 먹지도 않고 국민들에게 먹어보라고 하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 아니냐. 세종로 중앙청사, 과천 종합청사 등 정부기관 구내식당부터 미국산 쇠고기 꼬리곰탕과 내장탕을 내놓아 신뢰를 보여줄 용의가 있느냐"는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의 질의에 "그럴 용의가 있다. 구내식당에 내놓겠다"고 답변했다.

결과적으로 정 전 장관의 이 대답은 '거짓말'이 됐다.지난 1년 동안 정부청사 구내식당들은 단 1g의 미국산 쇠고기도 구입·소비하지 않았다. 경비를 맡고 있는 과천청사 전경대 부대원들은 미국산과 호주산 쇠고기를 섞어 먹었다.

민주당 최규식 의원은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으로부터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 동안의 정부청사 구내식당, 청사 경비 전경부대의 원산지별 쇠고기 소비량 현황을 받아 분석한 뒤 이 같은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행안부와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세종로 중앙청사, 과천청사, 대전청사, 광주청사, 제주청사, 춘천지소 등 6곳의 구내식당에서는 1년 동안 미국산 쇠고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총소비량 1만8188.1㎏ 가운데 호주산이 1만8176.1㎏을 차지했고 나머지 12㎏은 국내산이었다.

'미국산 쇠고기 기피'는 경찰청 구내식당에서도 나타났다. 경찰청과 전국 16개 지방경찰청 구내식당 중 미국산 쇠고기를 조금이라도 사용한 곳은 서울경찰청뿐이었다. 나머지 구내식당에서는 미국산 구입 실적이 전무했다.

지난해 4월21일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쇠고기를) 강제로 공급받는 것이 아니고 마음에 안 들면 적게 사면 되는 것이다. 정부는 협상만 하고 오픈(개방)한 뒤 선택은 민간인 소비자, 수입업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은 지난 1년간 대통령의 말을 충실히 따라 '비 미국산 쇠고기'를 선택했다.

반면 과천청사의 경호를 담당하고 있는 경기 706전경대는 호주산·미국산 쇠고기를 섞어 공급받았다. 이 부대 전경들은 호주산 316㎏, 미국산 268㎏을 먹었다.

최규식 의원은 "스스로 먹겠다고 약속한 정부는 안 먹고 선택권이 없는 전경들에게는 미국산과 호주산 쇠고기를 먹였다"며 "이런 정부를 국민이 과연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 홍진수기자 soo43@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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