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사, 필리핀 상원의장에 '중단 압력'

2009. 2. 13.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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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필리핀의회 '한진중 조선소 17명 산재사망' 조사

ㆍ국내 18개 인권단체 "서한보낸 건 국제적 수치"

ㆍ외교통상부 "대사로서 기업 활동 지원하는 것"

최중경 필리핀 주재 대사가 한진중공업 필리핀 법인의 산재 사망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필리핀 상원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조사 중단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12일 필리핀 피아 카에타노 상원의원과 국내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수비크만 자유항의 한진중공업 조선소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빈발하자 필리핀은 의회 차원의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의회 조사에 따르면 2006년 2월 한 필리핀 노동자가 작업 중 추락사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월 10대 노동자가 800㎏의 캔버스 도어 추락으로 압사하는 등 최근까지 17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1월25일에는 한국인 한 명도 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 수비크 조선소에는 한국 직원 200명과 현지인 1만6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필리핀 노동단체들은 수비크 조선소 사망자가 공식 사망자 수인 17명보다 훨씬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리핀 일부 상원의원과 건설연맹은 사고가 한진중공업의 안전불감증과 필리핀판 친기업정책이 얽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카에타노 의원은 지난 3일 한진중공업 사건 첫 청문회에서 "보건교육을 받은 전일제 의료인력이 부족하고, 작업환경이 불안전하며, 양해각서를 체결한 병원이 작업장과 5㎞ 이상 떨어져 있는 등 한진은 노동법을 5개나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비크만은 자유무역지대로 지정돼 외국기업들에 무제한의 권리가 부여되면서 노동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최 대사는 필리핀 의회에서 수비크 조선소 조사 움직임이 일자 지난해 말 상원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간접적으로 조사 중단을 요구했다. 최 대사는 대사 직함이 찍힌 이 서한에서 "한진 필리핀 법인이 상원 조사의 대상이 된다면 부정적인 여파를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이 인권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사회라는 이미지를 훼손하고 동남아 국가에 대한 위압적인 행태를 드러낸 것이라는 점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최 대사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기획재정부 차관을 맡았으나 지난해 7월 당시 강만수 장관을 대신한 '대리경질' 논란 속에 물러났고 8월 필리핀 대사로 부임했다.

이에 필리핀 일부 의원들은 최 대사의 서한이 사실상 내정간섭이며 외국 의회에 대한 독립성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의 언론비서관이 이번주 초 상원의원들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 '과잉대응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필리핀 정계도 한진 사태를 놓고 양분되고 있다.

국내 18개 인권단체들은 성명서를 발표, "필리핀의 법적 절차에 따라 자국 노동자들의 산업재해를 조사하려는 의회에 대해 외국 대사가 편지를 보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사고가 대부분 건설공사에서 일어났는데 이제 마무리 단계"라면서 "의회 조사에 적극 협력하고 있으며 안전에 더욱 신경을 쓰겠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공관장으로 국내 기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 강병한·조미덥기자silverman@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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