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말로 본 사회상] '삐라·불온서적·해직·속도전..'

2008. 12. 2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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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70·80년대 용어들…李정부 들어 '부활'

ㆍ과거식 일방독주 통치 반영

말과 용어는 시대를 반영한다. 올 한 해에는 유독 20~30년 전 독재·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유행어들이 넘쳐났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두드러진 과거회귀 정책과 일방독주 통치방식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삐라'는 남북관계를 결딴낸 상징어다. 우익단체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난하는 '삐라' 수십만장을 북쪽으로 날려보냈다. 냉전 시기 '종이 폭탄'으로 불리며 남북간 유력한 체제 선전 수단으로 활용되던 '삐라'는 남북관계를 급랭시켰다.

군사독재 시절 사용된 '행군' '돌파' '돌격' '속도전' '전광석화' 등 군대식 용어가 넘쳐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부처 업무보고에서 "행군할 때 멈칫하고 기웃기웃하면 속도감이 떨어지고 전체 대열이 흩어진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돌파내각, 돌격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여야간 논란 중인 법안처리와 관련해서는 "전광석화처럼 착수하고 질풍노도처럼 밀어붙여야 한다" "속도전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전 국토가 거대한 공사장처럼 느껴지게 해야 된다. 망치 소리가 울려퍼져야 한다"고도 했다. 공안통치 시절 단어의 부활도 두드러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용한 교사 7명을 파면·해임했다.

'교사 해직'은 1999년 전교조 합법화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대통령 언론특보출신 YTN 구본홍 사장은 기자 6명을 강제 해직했다. '기자 해직' 역시 80년 전두환 정권의 언론인 대량 해직 사태 이후 28년 만이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시국미사'를 열었다. 국방부는 '불온 서적'을 지정했다. 베이징올림픽 선수단은 20년 만에 대규모 선수단 '도심 퍼레이드'를 벌였다. 신(新) 공안정국이라 할 만한 용어도 많았다. 경찰 등은 사노련 간부·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회원들을 '이적 단체' 구성 혐의로 체포했다. 우익단체들은 전교조를 '이적 단체'로 검찰에 고발했다. 급기야 촛불시위에서는 '독재 타도' 구호가 등장했다. 경찰은 시위대 체포전담조로 경찰관기동대를 창설했으며 이는 5공 시절 악명을 떨친 '백골단'의 부활로 받아들여졌다.

서울대 조국 교수는 "현 정부가 즐겨 쓰는 말의 복고현상은 사회 모든 분야를 국민동원체제였던 과거로 돌리고 싶은 의식의 발현"이라고 분석했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속도전, 망치소리 같은 용어는 현 집권세력의 인식이 20~30년 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며 "이명박 정권의 과거회귀식 통치방식이 낳은 결과"라고 말했다.

< 강병한·김지환기자 > - 재취업·전직지원 무료 서비스 가기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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