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초유의 '표현물 항명'..국방부 비상

2008. 10. 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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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현역 법무관 '불온서적 위헌訴' 파장

ㆍ대통령·장관 상대…국방부 심야 대책회의

ㆍ"군인이 감수해야" 장관발언이 결정적 계기

현역 군 법무관들이 국방부 '불온서적' 지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군 사상 초유의 '표현물의 자유'를 외치는 '항명'으로 기록되며 커다란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초비상=국방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헌법소원 제기 사실이 알려지자 국방부는 22일 오후 8시30분 김종천 차관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했다. 국방부는 지난 7월 '불온서적' 지정 당시 냉전시대적 검열, 사상 통제라는 지적을 받은 터에 현역 법무장교들이 직접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서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상희 국방장관은 지난 8일 국정감사 답변을 통해 "장병 정신 전력에 이롭지 않다면 계속할 것"이라며 불온서적 지정 방침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현역 장교들의 헌법소원은 국방장관의 이런 방침에 대한 '항명'으로 비쳐질 수 있다.

소송 대리인인 최강욱 변호사는 "이 장관이 국감에서 '군인이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 발언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심야 긴급대책회의를 한 것도 이 같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일단 징계를 적극 검토하는 흐름이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헌법소원을 낸 법무장교들의 행위를 군기강을 무너뜨린 '집단행동'으로 간주했다.

다만 헌법소원을 낸 행동이 군인복무규율을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는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국방부는 특히 징계가 현실화될 경우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국방부는 고민하고 있다. 불온서적 논란이 다시 사회적 쟁점으로 대두되고 국방부가 그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변호사는 "헌소를 낸 법무관들은 징계를 감수하고서라도 헌재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편에서는 현기영씨의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라아인들> 등 수십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를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기회에 불온서적 지정 문제를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헌재 향후 절차는=헌법소원 사건은 접수 후 우선 헌법재판관 3인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 배당돼 '사전심사'를 거치게 된다. 사전심사는 30일 내에 이뤄져야 하며, 사전심사 결과 각하 결정을 내리거나 재판관 9명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 넘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전심사에서는 먼저 헌법소원 자체가 적법한지를 따지게 된다. △국방부의 국인복무규율과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 지시 등이 '공권력'의 행사인지 △청구인 자신의 기본권이 직접 침해되는지 △행정소송을 거치지 않고 바로 헌법소원을 낼 사안인지 등이다.

군 법무관들은 군인사법과 군인복무규율의 적용대상인 군인에 해당돼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있고,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지침이 구속력을 갖고 법규 명령으로 기능하는 만큼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있어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 지침은 전원재판부로 넘겨져 위헌여부 판단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국가인권위는 지난 8월 "군의 불온서적 작성은 군인권전문위원회 논의 및 상임위 의결을 거쳐 헌법정신에 맞게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필요한 경우 명시적인 법률상 근거에 의해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방부에 전달한 바 있다.

<박성진·이영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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