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자가 전한 ARF성명 파동 전말

2008. 7. 27. 20: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외교통상부는 27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에 `금강산피살 사건'과 `10.4 정상선언'과 관련된 문구가 담겼다 하루 뒤 모두 삭제된 것과 관련, 정부의 대응을 놓고 적절성 논란이 일자 전말을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다.

ARF회담에 유명환 외교장관을 수행해 유일하게 배석했던 이용준 외교부 차관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회담 준비과정에서부터 의장성명이 채택되고 수정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 "금강산피살 사건은 로키로 제기" = 정부는 회의 참석에 앞서 금강산피살 문제를 어느 수준에서 거론할 것인지에 대해 숙의했다.

이용준 차관보는 "거론하지 않는게 오히려 부자연스럽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다만 남북한이 대결하는 양상은 피해야겠다고 해서 로키로 거론하고 의장성명 포함 여부는 상황을 봐가면서 현지에서 무리없이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은 싱가포르에 도착한 21일부터 10.4공동선언을 의장성명에 포함하는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게 이 차관보의 설명이다.

◇ 초안에는 금강산피살 사건 언급안돼 = 싱가포르는 각국이 제기한 의제들을 중심으로 ARF개막 전날인 23일 이례적으로 초안을 회람시켰다.

초안에는 `장관들은 남북정상회담과 10.4선언을 환영했다'는 내용만 들어있었을 뿐 금강산 피살사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싱가포르 측은 우리 정부에 `회의에서 실제로 금강산 문제가 언급되면 의장성명에 반영하겠다'는 언질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ARF에서 다수의 외교장관들이 금강산문제를 거론하자 의장성명에 포함될 것을 확신하는 한편 북한 외에 다른 나라는 10.4정상선언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자 초안에 있던 `남북정상선언과 10.4선언을 환영했다'는 표현을 수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최종안에는 금강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참가국 장관들은 금강산피살 사건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고 이 사건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기대했다'로 담기고 10.4선언에 대해서는 `회의는 남북정상선언과 10.4선언을 주시한다(noted)'라고 수정됐다.

◇ 갑작스런 최종안..싱가포르 측은 `잠적' = 싱가포르 측은 회담 뒤 2차 초안을 돌리지 않고 기습적으로 오후 8시30분(현지시간)께 최종안을 발표했다.

최종안에는 금강산 사건에 대한 문장과 함께 `장관들은 회담에서 작년 10월 남북정상회담과 그 결과물인 10.4선언을 주목했다. 10.4선언에 기초한 남북대화의 지속적인 발전에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는 문장이 같은 항목으로 묶여있었다.

이용준 차관보는 "너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 추가로라도 바꾸려고 싱가포르 측과 접촉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는데 연락이 안닿았다"고 말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북한도 금강산피살 사건이 의장성명에 포함되면서 강력하게 반발하며 접촉을 해오자 싱가포르 측은 아예 양쪽 모두로부터 연락을 끊고 잠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기대하지 않았던 의장성명 수정..싱가포르 측이 선(先)제안 = 의장성명이 발표된 다음날인 25일 이용준 차관보는 싱가포르 외교차관과 오찬을 겸한 면담을 잡아 놓고 있었다.

이 차관보는 이 자리에서 `10.4선언에 기반한 남북대화'는 북한 측도 발언한 적이 없는 표현으로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실제 삭제가 이뤄지리라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측은 처음에는 `이미 최종발표를 했으니 못고친다'고 밝혔지만 이 차관보가 거듭 요청하자 `그럼 금강산피살 사건과 10.4 정상선언을 모두 삭제하자'고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차관보는 귀국길에 올라있던 유명환 장관을 대신해 서울의 권종락 1차관의 훈령하에 이를 수락했다.

이용준 차관보는 "금강산사건은 이미 각국 대표들이 발언하고 이미 보도돼 소기의 효과를 봤으며 `10.4선언에 따른 남북대화'라는 표현은 북한이 향후 선전자료로 계속 활용할 가능성이 농후해 둘 다 살려놓는 것보다는 둘 다 삭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