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징병제 진단 ⑨ 러시아
군복무 1년 단축 앞두고 병역면제 축소
(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 러시아 징집 사병들의 복무기간이 현행 2년에서 2007년부터는 1년6개월, 2008년부터 1년으로 단축됨에 따라 당국의 병력 자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군당국은 기존의 징병 면제사유를 대폭 축소해 병력 자원을 확대하고 계약직 군인의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또 기존에는 부모를 부양해야할 의무가 있거나 아내가 26주 이상 임신중이라는 것을 증명하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등 병역 면제 및 징병 연기 사유가 무수히 많았지만 이제는 그 수를 줄이고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러시아 청년들은 당국의 강력한 징집 방침에 항의하면서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모병을 통한 계약군인제로의 전환도 충분한 예산이 동반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스크바의 건설 인스티튜트(단과대학)에 재학중인 보리스 니말킨(20) 씨는 "예전에는 대학내 설치된 군사학 과정만 이수하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됐는데, 국방부가 이 제도를 축소하면서 우리 대학교 학생들은 군복무를 하게 됐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어떤 학생은 여전히 면제혜택을 누리지만 나같은 사람은 국방부가 갑작스럽게 제도를 바꾸는 바람에 군대에 징집될 상황에 처한 피해자"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해 9월 충분한 병력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에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아온 대학 명단을 대폭 축소시켰다.
즉 러시아 청년들은 그동안 군사학부가 설치된 대학에 들어가 일정 과정만 이수하면 예비역 소위로 예편해 군대에 가지 않았지만 국방부는 사병 부족을 이유로 군사학부 설치 대학 수를 대폭 줄인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러시아내 229개 대학교 재학생들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지만 오는 2008년부터 혜택 범위가 35개 대학으로 축소된다.
또 별도의 33개 대학에는 군사훈련센터를 설치해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선택적으로 예비역으로 전환하거나 계약군인이 될 수 있다.
러시아 청년들은 지난해부터 당국의 병역면제 축소에 항의하며 전국적으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러시아의 군대 규모는 장교, 부사관, 사병을 포함해 113만명으로 이중 징병 대상이 되는 사병은 60만명 수준이다.
하지만 1년에 2번씩 이뤄지는 징집을 통해 확보되는 병력 자원은 각 12만5천~15만여명으로 연간 총 25만~30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군당국은 복무기간이 1년으로 단축될 경우 매년 25만~30만명의 징집 병력으로는 현행 군대 규모의 유지가 곤란하다고 보고 있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은 "러시아 젊은이들의 징집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면서 "사병 복무기간이 1년으로 단축되면 최소한 연간 40만명을 징집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부족한 징병 자원을 보충하기 위한 또다른 방편으로 지난 2002년부터 계약군인제를 시행해왔다.
이바노프 국방장관은 지난 5월 국가두마(하원)에서 5개년(2006-2010) 군개혁방안을 설명하면서 "2008년 사병의 복무기간이 1년이 됨에 따라 계약군인 규모를 전체 군인의 70%까지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3~5년동안 군복무를 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계약군인은 현재 10만명 규모를 다소 밑돌고 있으며 2007년에 6만여명의 계약군인을 새로 확보할 것으로 알려져있다.
당초 국방부는 오는 2012년까지 징병제를 대체해 계약군인제로 완전히 바꾸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지만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징병제를 당분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즉 전면적인 계약군인제를 실시하려면 사병 보다 높은 급료뿐 아니라 병영시설을 현대화하는데 많은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군사 전문가인 드미트리 폴카노프는 "계약군인제가 도입된지 2년동안 일반 징병에 대한 찬성이 오히려 2배 가량 늘었다"면서 "이는 상대적으로 모병(募兵)에 대한 국민 호응이 적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결국 병역면제 대상을 대폭 축소시켜 징병 대상자원 규모를 키우면서 어떻게 계약군인제를 효과적으로 실시하느냐가 러시아 군개혁의 향배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jero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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