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 "조사중" 되풀이.. 핵심 의혹 '제자리'

안홍욱·장관순·송윤경 기자 2010. 4. 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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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성 없는 사고 원인..암초 등 내부요인 가능성 적극 차단비정상적인 항로.."특수임무·비상상황 아니었다"갈팡질팡 발생 시각..9시16분 이후 '6분' 제대로 해명 못해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어 천안함 침몰 사고에 관한 긴급 현안질문을 벌였다. 천안함 침몰 사고를 둘러싸고 북한 연관설 등 사고 원인, 오락가락하는 사고 발생 시각, 비정상적인 항로 등 핵심 쟁점들을 추궁하는 여야 의원들과 해명하는 정부 사이에 공방은 있었지만 의문점들이 해소되기엔 역부족이었다. 각종 의구심들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았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문에서 인사하고 있다. | 우철훈 기자

(1) 사고 원인

여전히 미궁 속이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말을 반복하며 확답을 피했다. 특히 정부의 이날 사고 원인 설명은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더 부추겼다. 어뢰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북한 잠수정의 공격 가능성은 부인하는 식의 모순된 답변이 나왔다.

김 장관은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이 "사고 원인이 기뢰와 어뢰 중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고 묻자, "두 가지 모두 가능성이 있지만 어뢰 가능성이 좀더 실질적이지 않나 생각한다"며 어뢰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곧바로 "소나병(음파탐지병)이 당시 어뢰 접근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는 등 단순 추정임을 나타냈다.

김 장관은 또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이 거듭 어뢰 공격 가능성을 묻자 "당시 유속도 빠르고 기상이 불량해 그같이 작은 배(반잠수정)로 천안함을 공격하는 자체가 대단히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북한 연계설의 핵심인 잠수정 기동 문제에 대해선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확실히 보이지 않는 북한 잠수정 2척이 있다"고 확인하면서도 "백령도까지 거리가 멀고 잠수함은 느리게 움직일 수밖에 없어 연관성은 약하다"고 부정적으로 말했다. 결국 '어뢰 공격' 가능성을 직접 거론해 놓고, 뒷받침하는 근거는 부정하는 모순된 답변을 한 꼴이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4월 남북정상회담을 하기로 하고 마무리되고 있는데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해 은폐하고 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정운찬 총리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내부 폭발, '피로 파괴' 등 내부적 원인에 의한 사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봤다. 김 장관은 '피로 파괴' 가능성과 관련, "천안함은 낡은 것이 아니어서 피로 파괴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눈에 띄는 것은 암초에 의한 침몰 가능성에 대해 "섬 주변에 크고 작은 암초가 있을 수 있다. 열어놓고 보고 있다"고 말한 대목이다. 특히 "해도에는 암초가 없지만 당시 풍랑이 강했고 그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2) 비정상적 항로

천안함이 통상적 항로보다 백령도 연안에 훨씬 가까이 접근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한 추궁도 이어졌다. 천안함이 북한의 반잠수정 퇴치 등의 특수임무 수행 중 사고를 당한 게 아니냐는 질의가 이어졌다.

한나라당 박상은 의원은 "왜 천안함이 백령도 인근까지 접근했는지를 놓고 항간에는 특수임무 수행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성 의원도 "사고해역은 천안함과 속초함이 평소 다니지 않는 곳 아닌가"라며 "일부 언론 보도처럼 북한의 반잠수정 출동에 대비한 것 아니었느냐"고 물었다.

김 장관은 "천안함은 백령도 서측, 속초함은 연평도와 대청도 사이에서 평시 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으며 늘 그곳에 배치돼 있었다"며 "북의 함대함 등 미사일 위험을 피하기 위해 섬 뒤로 기동하는 작전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수임무 의혹에 대해서는 "당시 평상의 초계작전을 수행 중이었고 특수임무나 비상상황은 아니었다"고 부정했다.

민주당 문학진 의원이 "합참은 평상의 작전활동이라고 했고, 장관은 기상 악화에 따른 피항이라고 밝혔는데 어느 쪽이 맞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천안함이 작전구역을) 약간 벗어났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당시 파고가 2.5m로 아주 심했기 때문에 풍랑을 적게 받기 위해 움직였다"면서 "하지만 바다에서의 선이 지상처럼 명확히 그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3) 발생 시각

군당국이 잇달아 사건 발생 시각을 변경해 의구심을 증폭시켰지만, 답변은 "조사 중"이었다. 문학진 의원은 "애초 사고 발생 시각을 (지난달 26일) 오후 9시45분이라고 했다가 어제 국방부 발표에서는 9시22분으로 수정됐다. 오락가락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같은 당 전병헌 의원은 "3분이면 물속에서 생사가 바뀐다"고 압박했다. 이에 김 장관은 "음모가 있는 게 아니라 초기에 부정확한 보고를 수정하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실종자 가족들의 '9시16분쯤 비상명령이 내려졌다'는 진술에 대해선 명쾌한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 문 의원은 "6분 사이에 천안함에서 어떤 비상상황이 발생했는가"라고 묻자, 김 장관은 "(생존자) 58명의 진술이 일치돼야 하는데 확실한 부분이 부족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밝히도록 노력하겠다"고 대답했다.

김 장관은 이런 의문을 해소해 줄 단서인 교신기록 공개에 대해선 "국회의원들이 꼭 보셔야 한다면 검토해볼 수는 있다"면서도 "군사적 부분이 많이 들어 있어 모두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전히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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