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국산헬기 '수리온'이 나오기까지 '피와 땀'의 애환

입력 2009. 7. 31. 11:12 수정 2009. 7. 3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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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로 무장한 최초의 국산헬기 '수리온'이 나오기까지 이땅의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피와 땀을 흘렸다. 유럽의 항공선진국들이 원천기술을 제공하겠다고 해놓고 막상 핵심기술 제공은 하지 않는 상황에서 암담한 벽을 느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독자기술 개발로 하나하나 돌파해 나갔다. 그결과, 한국지형에 적합한 최고 성능의 기동헬기가 탄생했다. 이들의 손으로 한국은 이제 세계 11번째 독자 헬기 개발국에 진입했고, 항공선진국으로의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독자기술 개발과 관련한 기술자들의 애환을 에피소드 3제로 소개한다.

▶붕어빵 아저씨가 준 용기=헬기가 비행이 가능하도록 양력을 발생시겨 '헬리콥터의 꽃'으로 불리는 로터 블레이드를 개발에 참여한 문장수(44) 책임연구원은 기술협력사인 유로콥터(EC)의 비협조로 난관에 봉착했다. 그도 그럴 것이 로터 블레이드 기술은 세계적으로 기술이전을 꺼리는 대표적인 품목. 2007년초 기술협의를 위해 프랑스로 출장간 그는 관련기술 자료가 담긴 CD를 넘겨받았으나 EC보안부서가 공항까지 ?아와 빼앗아가는 험한 꼴을 당하기도 했다.

어쩔 수 없어 설계 이전에 블레이드의 제작개념을 파악하려는 제품연구를 착수, 실제 블레이드 제작에 나섰다. 협력업체에서 블레이드를 성형할 오븐은 확보했으나 선행제작 제품을 만들기 위한 몰드는 급히 제작해야 했다. 유러콥터의 기술자는 그렇게 촉박하게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매우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보란 듯이 첫 번째 제품을 제작했다. 하지만 불완전한 형상, 규격이 다른 재료, 온도, 습도 등 열악한 환경과 EC 기술자의 비협조 등으로 결국 쓴맛을 봤다. 엔지니어간 분위기마저 험악해졌다.

앞이 깜깜하던 문 연구원은 어느날 사천 버스터미널 앞을 지나다 우연히 본 붕어빵 빵틀이 로터블레이드 몰드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붕어빵 아저씨가 "처음 굽기 시작한 후로 약 3개월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속안의 단팥 물이 흘러나오지 않는 제대로 된 붕어빵을 구울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그래 붕어빵을 제대로 굽는데도 3개월이 걸리는데 최신 복합재 블레이드 제작에서 한번의 실패로 좌절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용기를 내어 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결국 이후 한 차례 어려움이 더 있었으나 품질개선 및 공정개선을 통한 공정 확인용 블레이드 개발을 완료했다.

▶원천기술업체에 오히려 역수출=헬기의 핵심 구동품에 대한 상태 모니터링을 통해 최상의 조건을 항상 유지하게 하는 HUMS(상태감시장치)는 프랑스 GEA로부터 원천기술을 제공 받도록 되어 있었으나, 정작 GEA사는 핵심기술 이전이 불가하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

김외철 책임연구원은 다군다나 GEA사가 제공하겠다는 관련기술 자료라는 것이 달랑 10쪽 정도의 외형치수와 관련된 것이 전부여서 암담했다. 하지만 이들 문서에 의존해 독자개발하는 길밖에 없었다. 무모하다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국내협력업체로 선정된 위다스사와 기술개발에 나섰다. 경험많은 해외업체도 시험을 제외한 개발만으로도 3년 걸리는 일을 2년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개발해 인증시험까지 거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무모한 도전이었다.

KAI와 위다스는 분당과 사천을 오가며 2,3일에 한 번씩 관련 기술회의를 가지며 할 수 있다는 열정으로 개발에 매달렸다. 기초설계가 끝나갈 무렵 위다스의 시스템 설계를 담당하는 중요한 엔지니어중 한명이 과다한 업무스트래스로 퇴사해 개발일정에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개념설계, 기초설계, 상세설계의 과정을 거쳐 최종 품질인증시험 단계를 2년 6개월여의 짧은 시간에 개발에 성공했다.

개발후 국내 제작한 시제품을 가지고 수차례 HUMS 원천기술제공업체인 GEA사를 방문해 시험한 결과, GEA사로부터 "완벽(Perfect)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GEA사 담당자는 거의 경악했다고 한다. 독자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현재 PIP/CQAR은 HUMS의 원천기술제공업체인 미국 GEA사가 약 270여대의 구매를 위해 위다스사와 비공식 협의 중에 있다.

▶엄마손 헬리콥터=김세희(30) 선임연구원은 출산휴가후 복귀를 앞두고 복직 여부를 고민하다가 20년후 군대에 가서 헬리콥터를 타게 될지도 모르는 아들에게 멋진 헬리콥터를 선물하기 위해 복직을 결심했다고 한다. 개발이 한창일 당시 임산부였던 김 연구원은 주중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평일처럼 출근하는 강행군을 거듭, 의사로부터 조심하라는 주의를 수없이 들어야 했다. 출산 휴가 3개월을 보낸 김 연구원은 막상 회사 복귀가 다가오자 일을 그만두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혼자서 먹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아이를 남의 손에 맡겨놓고 일을 나가야 한다니…"

그러던 어느날 아파트 상공으로 헬리콥터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얼른 방으로 뛰어 들어가 아들을 안고 나와 헬리콥터를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아들, 저게 헬리콥터야. 엄마는 헬리콥터를 만드는 사람이야. 은산이가 살고 있는 집보다 무거운데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어. 신기하지?"

"나는 8700kg의 거대한 기체를 하늘에 띄우는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가 아니었나. 아직 나는 내가 만든 헬기를 하늘에 띄울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조차 해보지 못했다. 이렇게 중단해 버리면 아들에게 '헬리콥터를 만드는 엄마'라고 이야기 할 수 없다."

김 연구원은 "국내 기술로 개발된 헬기가 드디어 나왔다고 축하하지만 우리에겐 이제 시작"이라며 "지상시험을 통해 검증하고, 2010년 3월 첫 비행 후 2년여 기간의 비행시험을 통해 각종 성능을 확인해야 비로소 인증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년 뒤 아들 은산이가 군대에 가게 되면 그때 아들이 타는 헬리콥터가 자신이 만든 헬리콥터였으면 하는게 김 연구원의 바람이다.

김대우 기자/dewkim@heraldm.com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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