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시간과의 전쟁'에서 졌다

2010. 3. 3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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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천안함 함미 위치 파악에만 58시간 소비

생존 한계 69시간 넘도록 침몰 함정 진입조차 못해

실종자 가족 가슴 까맣게 타틀어가

(평택=연합뉴스) 김경태 최찬흥 기자 = 침몰하는 천안함에 접근하지 못해 한 명도 직접 구조하지 못한 해군이 침몰 이후 진행된 해저 생존자 수색작전의 '시간과의 싸움'에서도 패배했다.

해군은 사고발생 초기 첨단장비를 동원한 신속한 구조작전을 수행할 시기를 놓쳤고 스스로 설정한 생존한계시간 69시간이 넘도록 인명구조는 고사하고 침몰 함정 안으로도 진입하지 못해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침몰 위치 확인 58시간 허비 = 지난 28일 오전 11시께 성남함에서 참수리정으로 옮겨타고 사고해역을 찾은 문규석 중사의 사촌형 박형준씨는 "두 동강난 천안함의 함수와 함미 위치를 찾지 못했다"는 해난구조대(SSU) 잠수사의 설명을 듣고 가슴이 내려 앉았다.

침몰한 지 하루반 46시간이 지나도록 가라앉은 함정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구조는 언제할 것이고 수중에 있는 실종자는 그 때까지 살아있을까 생각하니 분통이 터졌다.

실종자 46명 중 32명이 갇혀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함미 위치 파악은 1분1초를 다투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해군은 58시간 만인 그날 오후 10시31분께 침몰 위치를 찾아냈다.

해군이 나중에 스스로 분석해 추정한 생존한계시간 69시간의 5분의4 이상을 허비한 것이다.

군은 음파탐지기를 탑재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기뢰탐지함이 28일 밤에 도착했기 때문에 다소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이드스캔소나와 같은 장비는 민간에서도 보유하고 있는데 적절한 장비를 동원하지 못해 탐색작전 초반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해양공학전공 안충승 특훈교수는 "처음부터 사이드스캔소나와 같은 첨단장비를 이용하면 선체 위치와 형태가 사진 찍히듯 나타난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또 "2천t이나 3천t급 크레인이 있어야 한다. 터보보트 2∼3대로 끌고 오면 4∼5일씩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구조와 동시에 인양작업을 병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조 부실과 장비 부족 = 군은 사고 4일째인 29일부터 민간구조대를 투입했다.

해군의 탐색작전이 빠른 조류와 제로 시계로 번번이 지연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불같은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었다.

그러나 민간 구조대원은 의욕에도 불구하고 해난구조대와 체계적인 구조작전에 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 구조대원은 기상악화 속에 고전하다 30일 오후 철수했다.

해저 수색용 장비 부족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바다의 높은 수압으로 말미암은 잠수병을 치료할 감압챔버가 구조함인 광양함에 1대밖에 없어 잠수사 2명만이 교대로 해저에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SSU 전우회 소속 구조전문가는 "SSU 대원은 어느정도 물속에 있으면 잠수병에 걸린다는 사실을 훈련을 통해 잘 알기에 감압챔버를 별로 사용할 일이 별로 없다"며 "그러나 천안함 사고현장은 대원들이 생명을 구해야한다는 의무감에 무리해 잠수병에 걸릴 수 있고 의욕이 앞선 민간다이버가 잠수병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백령.대청해역 특성에 밝은 어민들과 공조도 아쉬웠다.

백령도 한 어선 선장은 "(함수에) 부이를 설치했다가 물살에 끊어졌다는데 이 곳의 조류에 대해 잘 몰라 부이 관리를 잘 못했던 것 같다"며 "어민들에게 조언을 구했으면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령도 한 선장은 "사고 직후 군으로부터 협조요청을 못 받았고 군이 필요할때 어선 몇대 씩 도와달라고 했다"며 "사고발생 초기부터 조류와 바다 및 지형을 잘 아는 백령도 어민과 합동수색작업을 했으면 성과가 더 좋았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어군탐지기로 수심 45m아래 천안함 함미를 찾는 것은 지역어민도 쉽지않은 일"이라고 성과를 장담하진 못했다.

민간부문의 지원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민간 수중공사전문업체 관계자는 "사고현장에 달려가 도와주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민간업체는 오리혀 작전에 민폐를 끼칠 가능성이 높다"며 "해군이 대형크레인을 보유하지 못했을 뿐 다른 해난구조 관련장비는 국내 최고수준으로 실종자 가족의 애틋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군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해군 광양함을 타고 구조작전을 지켜보던 손수민 하사의 삼촌 손시열씨는 "바로 눈 앞 바다 밑에 함미가 가라앉아 있는데 직접 뛰어들 수도 없고 춥고 컴컴한 바다 속에 내 가족, 형제들이 갇혀 있다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kt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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