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지훈 일병 이메일 공개 "어머니 걱정도 핑계라니.."

2014. 9. 2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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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설명을 하면 핑계라고 하는게 너무 답답하다"

[CBS노컷뉴스 임진수 기자]

서울공항에서 근무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김지훈 일병이 동료 병사에게 자신이 겪고 있는 힘든 상황을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이 공개됐다.

김 일병은 이메일에서 자신의 직속 상관인 A 중위에게 지속적인 질책과 얼차려 지시를 받은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김 일병은 숨지기 8일 전인 지난 6월 22일 공군 내부 전산망(인트라넷)을 통해 동기 김모 일병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김 일병은 이 메일에서 "아 오늘 ⅹ힘들다. 오늘 하소연 좀 할게"라며 글을 시작했다.

김 일병은 이날 아침 A 중위가 출근 시간이 바뀐 사실을 뒤늦게 알려줘 출근이 늦어진 상황을 설명한 뒤 A 중위가 이를 자신의 책임으로 몰아붙인데 대한 억울한 심경을 표현했다.

김 일병은 "핑계대지 말라면서 화를 내더라고, 전에 자기가 핑계대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또 그러냐고 하면서 완전군장을 싸래...(중략)...뭘 잘못했는지 알때까지 연병장 뛰래. 자기 딴에는 뭐 자기도 책임이 있다 그러면서 옆에서 조금 뛰다가(oo맨몸) 자기가 힘드니까 나만 혼자 뛰라고 하더라. 그러더니 막 뭘 잘못했냐 뭐가 문제냐 물어보면서 원하는 대답 안나오면 다시 뛰라고 하더라고. 내가 남의 마음 속을 어떻게 아냐. 한 14~15바퀴 뛰니까 팔굽혀펴기 시키면서 정신차리라고 함"이라고 적었다.

김 일병은 또 어머니와 관련해 고민을 상담했지만 오히려 '핑계'라며 질책을 당한 상황도 설명했다.

김 일병은 "아 이거 말을 안했는데 전에 내가 부관한테 어머니 편찮으신 것 때문에 좀 걱정이 된다(그땐 초창기라 이런 사람인줄 몰랐지)고 했어. 사실 어머니가 좀 편찮으셔서 신경쓰이는게 많거든"이라며 상황을 적었다.

이어 "암튼 그러다가 부관이 뭐 무슨 일이라도 있어서 그 모양이냐 그래서 근데 내가 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그런게 좀 걱정되는게 있다고 하니까 그것도 핑계라는 거야(아 이건 진짜 화나더라. 중학교때부터 어머니 편찮으신 것 때문에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그걸 그딴 식으로 얘기하더라고)"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평소에 내가 실수하거나 잘못한거 혼내는건 내 문제니까 혼나도 인정하겠는데 오늘 일은 좀 힘들더라고(상황설명을 하면 핑계라고 하는게 너무 답답함) 아무튼 그랬으"라고 하소연했다.

김 일병은 숨지기 직전 자신의 심경을 담은 메모를 남겼지만 자신이 당한 질책과 얼차려 지시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적지 않았다.

이후 공군은 내부 전산망 복구를 통해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복구했으며 김 일병의 유족들에게는 재수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인 지난 16일에야 전달됐다.

아버지 김경준 씨는 "지훈이가 A 중위에게 지속적으로 가혹행위를 당한 증거"라며 "공군이 이를 뒤늦게 공개한 것은 자신들의 부실한 수사를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군 보통검찰부는 지난 11일 "기존 가혹행위 사유들과 비교 시에 정신적으로 가해지는 스트레스 외에 육체적인 부분에 있어 가혹행위를 했다는 판단에는 조금 어려운 점이 있다"며 A 중위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당시 제15특수임무비행단 단장이었던 B 소장에게는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같은 결과에 반발해 유족들은 지난 11일 공군 고등검찰부에 재정신청서를 제출했다.

CBS노컷뉴스 임진수 기자 jsl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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