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찬의 軍] 군이 정의당 김종대를 주시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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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정의당 비례대표 당선자 |
진보 진영에서 보기 드문 안보전문가로서 지난 몇 년 동안 국방 이슈가 발생할 때 마다 방송에 출연해 날카로운 분석과 비판을 내놓고, 평상시에는 일간지와 잡지를 통해 안보 현안에 목소리를 내왔다. 여기에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와 국방부에서 국가안보 문제를 다뤄본 경험이 더해지면서 군 당국도 쉽게 보지 못할 정도의 전문성을 확보했다.
이런 김 당선자가 20대 국회에 진출하자 군 당국은 김 당선자가 국회의원의 권한인 자료요구권을 통해 대정부 비판에 나설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김 당선자 등장에 속앓이 하는 해군·방위사업청
총선 전에 ‘설마’하며 김 당선자의 20대 국회 입성을 주시하던 군은 최근 김 당선자의 일간지 기고문과 페이스북 글 등을 중심으로 분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주 강정 기지 건설 과정에서의 구상권 청구 문제로 강정마을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해군은 김 당선자가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을 면밀히 검토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당선자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빼앗긴 강정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글에서 “지난달 강정마을에 가 보니 농사꾼인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의 34억원 구상권 청구에 공포에 질려있었다”며 17일 강정마을을 재차 방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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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 전경 |
지난해 방위사업 비리로 홍역을 치른 방위사업청도 김 당선자가 변호사를 보좌진으로 채용하면서 긴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당선자는 과다한 해외 무기도입 사업이 국내 방위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군 전력 구조를 왜곡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여기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안보 무능’을 드러내기 위해 차기전투기(F-X) 등 현 정부의 주요 무기도입 사업들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 김 당선자의 3대 키워드 ‘청주·친노·디펜스21+’
김 당선자가 안보 분야에서 진보 진영의 ‘슈퍼 스타’로 발돋움하게 된 원인은 그를 둘러싼 환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0대 총선 당선인 자료에 따르면, 김 당선자는 1966년 11월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였던 청주는 시대정신에 민감했다. 청주 인맥을 대표하는 것 중 하나가 ‘청주고’다. 고교 평준화 전까지 청주 일대에서 수재라 평가받던 이들은 청주고로 몰렸다. 김 당선자도 청주고를 거쳐 연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청주고 출신 중 군인의 길을 선택한 사람도 적지 않았는데,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한민구 현 국방부 장관이다. 한 장관은 1970년 청주고를 졸업한 직후 1971년 육군사관학교 31기로 입학한다. 김 당선자와 한 장관은 청주고 동문이라는 공통점 덕분에 장관 취임 이전부터 교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가 김 당선자의 젊은 시절을 상징한다면 ‘친노’는 그의 정치 경력을 대표한다는 평가다. 김 당선자는 2001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에서 물러나 야인으로 지내던 시절 인연을 맺어 2002년 16대 대선까지 ‘안보 멘토’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더민주 내 친노 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김 당선자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역임했다. 이 때 인연을 맺은 인물들이 김희상 당시 국방보좌관(현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과 윤광웅‧김장수 국방부 장관, 안광찬 비상기획위원장, 남재준 육군참모총장 등이다. 김 보좌관은 김 당선자가 2007년 말 외교안보전문 월간지 ‘디앤디포커스’(디펜스21+)를 창간할 당시 고문을 맡기도 했다.
김 당선자는 참여정부의 국방개혁인 ‘국방개혁 2020’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군 내에서 엘리트라 평가받던 군 고위 인사들과 연을 맺기도 했다. 이들 중 일부는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당선자는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 전 대표를 지원했던 김 당선자는 문 전 대표가 19대 국회에서 국방위원회를 선택한 이후 수시로 통화하며 국방 현안을 조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당선자와 가까운 한 인사는 “어느 날 만찬을 함께 하던 도중 김 당선자가 전화를 받으러 나갔는데, 내가 밥을 다 먹은 후에야 들어오더라. 누구와 통화했냐고 물으니 문 전 대표였다. 국방 현안을 놓고 문 전 대표가 의견을 구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2007년 말 공직 생활을 접고 외교안보전문 월간지 ‘디앤디포커스’를 창간한다. 후에 ‘디펜스21+’로 이름을 바꾼 이 잡지사를 통해 김 당선자는 국방 현안에 대해 날카로운 시각을 유지했다. 디펜스21+ 편집장으로서 방송에 출연해 안보 이슈를 분석하고 토론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다.
김 당선자는 디펜스21+를 ‘사람 냄새 나는 언론’으로 만들기를 원했다. 디펜스21+의 고문과 자문위원은 학자와 예비역 군인 외에 브랜드 전문가, 기업인, 와인 칼럼니스트까지 다양한 인물들로 구성됐으며, 이들은 김 당선자에게 또다른 인맥으로 작용했다. 특히 인터뷰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도 잘 관리했다.
김 당선자의 견해가 일간지와 방송, 잡지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디펜스21+에는 그의 뜻에 공감하는 젊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은 김 당선자와 함께 디펜스21+를 이끌어가며 국방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키웠고, 이후 정치권과 재계, 언론계로 진출해 활동했다.
◆ “그의 손짓에 야권이 움직인다”
김 당선자의 움직임은 20대 국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과 군 안팎의 중론이다.
경제에 선거 초점이 맞춰지면서 20대 국회에서 안보전문가라 할 수 있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새누리당에서도 손꼽을 정도다. 따라서 김 당선자의 존재감이 돋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김 당선자의 언행에 두 야당이 움직일 것”이라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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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기지 전경 |
실제로 김 당선자가 제주 해군기지 구상권 문제를 제기한 직후 지난 2일 더민주 제주 지역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만나 구상권 청구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김 당선자는 20대 총선 전 정의당 당원들이 실시한 비례대표 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여성에게 우선권을 주는 당 규정에 따라 비례대표 2번을 받았다. 그는 총선 후 언론 인터뷰에서 ‘국방부 저격수’라는 호칭을 부담스러워하며 ‘동반자’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성격으로 미루어 볼 때 군과 쉽게 타협하지 않고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을 철저히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그를 견제할 인물은 여권에도 없다. 군이 ‘김 당선자를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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