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문서] 반기문, 美연수중 '망명' DJ 동향 파악해 본국 보고

황라현 기자 2016. 4. 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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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美학계의 'DJ 안전귀국 요청 서한' 발송계획 미리 대사관에 알려 연수생 신분 불구, 적극적 활동 주목
외교부가 17일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에 따라 30년만에 공개한 1985년도 외교문서 중 일부. © News1

(서울=뉴스1) 황라현 기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980년대 외교부 공무원으로 미국 연수 시절 당시 미국에서 망명생활 중이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향을 관찰해 상부에 보고했던 것으로 새롭게 드러났다.

외교부가 17일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에 따라 30년만에 공개한 비밀해제 문서를 통해서다.

이에 따르면 1985년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연수 중이던 반기문 당시 참사관(과장급)은 미국의 학계·법조계 인사들이 망명 중인 김 전 대통령의 안전 귀국을 요청하는 서한을 1월10일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발송할 것이라는 정보를 이보다 사흘 앞선 1월7일 하버드대 교수로부터 입수했다.

반 총장은 이같은 사실을 류병현 당시 주미대사에게 보고했으며, 이는 '김대중 동정'이라는 제목의 전보로 8일 본국의 외교부 장관에 보고됐다.

당시 반 총장은 외교부 소속이긴 했지만 업무와 관계없는 연수생 신분이었다는 점에서 본인의 의사에 따른 적극적인 보고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어 눈길을 끈다.

당시는 김 전 대통령이 전두환 신군부 정권의 대표적 공안조작사건인 내란음모사건으로 수감 생활을 하다 1982년 말 신병치료를 이유로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망명 생활을 하던 중이었다.

한국 정부는 김 전 대통령이 망명 2년여만에 1985년 2·12 총선을 앞두고 귀국하려 하자 귀국시 재수감하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김대중 안전귀국 보장 캠페인'(Campaign to Assure a Safe Returen for Kim Dae Jung)을 주축으로 한 미국의 학계 및 법조계 인사 135명은 김 전 대통령의 무사귀환을 위한 연서를 전 전 대통령에 보냈다.

이번에 공개된 비밀문서는 '발송 예정'이었던 해당 서한의 요지를 "김대중의 무사귀환과 사회생활(public life) 보장을 통해 국내적인 신뢰를 도모하는 것은 1985년 국회의원 선거, 1985년 아세안 게임, 1988년 올림픽 및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화합을 성취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함"이라고 적었다. 이같은 내용도 반 총장이 미리 파악해 대사관에 보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문서는 해당 서한에 연서한 하버드대 총장 등 몇몇 인사를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서한은 접수되는대로 송부 예정"이라고 적었다.

이후 주미대사관측은 1월11일 외교부 장관에게 추가 전보를 보내 '김대중 안전귀국 보장 캠페인' 측이 발송한 서한 내용과 연서자 명단을 영문본과 한글 번역본으로 보고했다.

외교문서 등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망명기간 동안 김 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하게 감시했는데, 반 총장 역시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연수생 신분임에도 적극적으로 김 전 대통령의 동정을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김 전 대통령의 귀국 직전인 같은해 1월30일에도 김 전 대통령과 관련된 정보를 한차례 더 보고한다.

주미대사관측이 1985년 1월30일 외교부 장관에게 보낸 '김대중 동정' 전보에는 "하바드에 연수 중인 반기문 연구원이 보내온 85.1.23자 The Harvard Crimson 지의 김대중 관련 보도를 별첨 송부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반 총장이 보내온 하버드대학교의 교지인 '하버드 크림슨'지의 23일자 신문에는 김 전 대통령의 귀국 직전 인터뷰가 실렸다. 신문은 당시 김 전 대통령의 귀국 계획을 소개하며 "한국 젊은이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불러일으키길 희망한다"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실었다.

greenao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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