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0년된 '구식 소총' 그대로 쓰라는 특전사

전현석 기자 2016. 3. 3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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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최정예부대인 특수전사령부(특전사) 대원들이 30년 전에 개발된 소총을 쓰는 등 보급 장비가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대원들은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 외국산 조준경 등을 개인 돈으로 마련해 사용했지만, 육군은 “저급·저질 제품 차단” “위화감 조성” 등을 이유로 사용을 제한했다. 이에 대해 특전사 대원들은 “제대로 된 장비를 사주지는 못할망정 사제라고 막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전사는 유사시 적(敵) 후방에 침투해 주요 군사 시설을 파괴하고, 요인 납치·암살 임무를 수행하는 육군 특수부대다. 이들에게는 특수 임무를 위해 별도의 개인 화기와 용품이 지급된다. 그러나 특전사가 쓰는 총은 1981년 제작된 국산 K1A 소총이다. 어깨에 총을 받치는 데 쓰는 개머리판의 길이 조절이 가능하고 총 길이가 짧아 휴대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제작된 지 30년이 넘은 구형 모델이다.

군 당국의 소총 교체 계획이 없자 수년 전부터 특전사 요원 중 일부는 조준을 쉽게 해주는 광학식 조준경과 이를 쉽게 탈부착할 수 있는 레일, 총구 불꽃을 가리는 소염기, 총소리를 줄이는 소음기 등을 자기 돈으로 사서 소총에 부착해 사용했다. 일종의 ‘불법 개조’였지만, 특전사 일선 지휘관은 전투력 향상을 감안해 눈감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야간 투시 장비, 방탄 헬멧, 방탄복, 방탄판 등을 직접 사서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특전사 출신의 한 예비역 중사는 “특전사 대원들은 2011년 보급 받은 방탄복이 일반 탄환에 그대로 뚫린 사건 등으로 국산 보급품에 대한 불신이 크다”며 “국산 방탄복을 입어도 안에는 미제 방탄판을 넣어서 쓰는 경우가 꽤 된다”고 했다.

그러자 작년 중반쯤 육군과 특전사는 논의 끝에 특전사 대원들을 대상으로 배낭과 모자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제 장비 착용을 금지했다. “인증·검증 받지 않은 저급·저질 제품 사용을 차단”하고 “병사들 간 위화감 조성을 막겠다”는 이유에서였다. 특전사 고위관계자는 “조사 결과 일부 특전사 요원이 많게는 800만~1000만원어치 고가 장비를 구매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특전사 요원 대부분이 생활 수준이 높지 않은데 일부가 사제 장비를 써서 사격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특전사 측은 조준경 등 대원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일괄 구매해 보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같은 육군과 특전사 지휘부의 방침에 일부 특전사 대원들이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대원들은 “사제 장비는 미 특수부대가 사용하고 있는 게 대부분으로 저급·저질 물품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한 전직 특전사 요원은 “대원들끼리 장비 차이가 나면 이를 국가에서 보전해줄 생각은 안하고 사제 쓰지 말라고 무조건 막기만 한다”면서 “오래 전부터 장비 보강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특전사 관계자는 “대테러 특수부대인 707부대는 같은 특전사령부 소속이지만 소총과 탄약, 전술장비까지 따로 구입한다”며 “일반 특전사는 이들과 동일한 장비를 구입해도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일부 특전사 대원들의 불만이 커지자 특전사령부는 이달 초 공문을 통해 “작년 10월까지 구매한 사제 물품은 사용해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사격·전술 훈련 등에는 여전히 사용을 금지했다. 한 특전사 대원은 “훈련 따로 실전 따로 하라는 말이냐”고 반발했다. 대한민국 특전동지회도 사제 장비 사용을 허용해 달라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군 소식통은 “한 특전사 요원이 사제로 샀던 조준경을 헐값에 팔아 그 돈으로 술을 사 먹었다고 들었다”며 “유사시 북한에 침투해 ‘참수작전’을 벌여야 하는 핵심 전력이 특전사인데 이런 장비와 사기로 제대로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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