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총기 난사 임 병장은 왜 반성 않나.. 판결문으로 본 심리
지난해 6월 강원 고성군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최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임모 병장(23)은 초등학교 때부터 집단따돌림을 당했다며 "이번 사건이 없었다면 죽을 때까지 영원한 피해자였을 것"이라고 군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병 5명을 살해하고 7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법정에 선 그는 최후진술에서 유가족에게 사죄했지만 반년 넘게 열린 재판에서 단 한 장의 반성문도 제출하지 않았다.
16일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실이 입수한 임 병장 판결문에 적힌 진술을 보면, 임 병장은 부정확한 발음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따돌림을 당했다. 중학교 3학년 무렵 학교폭력으로 자살한 학생들 뉴스를 보고 "억울함과 분노가 치밀었다"고 회고했다. 괴롭히는 학생을 살해하는 상상을 했고, "그만큼 억울했으니 화를 풀어야 상상이 끝난다"고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수업 도중 집에 와 주방에 있던 칼을 갖고 다시 학교에 가려는 것을 아버지가 말린 적도 있다. 정신과 상담을 받은 그를 친구들은 "또라이"라고 놀렸다. 대입 수능시험을 앞두고 자퇴한 그는 대인기피증 때문에 혼자 검정고시를 준비해 방송통신대에 입학했다.
임 병장은 군에서 '할배(탈모)' '슬라임(허약)' 등으로 불렸다. 그는 "원치 않는 별명을 부르는 것은 정신적·심리적으로 영혼을 죽이는 행위"라며 "별명을 부르지 않았으나 동조한 것은 간접적으로 살인을 한 것이고, 방관한 소초원들은 살인방조죄"라고 했다. 전역을 88일 앞둔 날, 순찰일지에서 자신을 희화한 그림을 보고 임 병장은 분을 참지 못했다고 했다. 평소 친했지만 자신이 쏜 총탄에 목숨을 잃은 후임병 2명에 대해서는 "이 세계는 선한 자만 피해 보는 곳"이라고 했다.
임 병장은 총기난사 사건 뒤에도 사회적 시선에 민감했다. 도주 중 군과 대치하다 "부모님과 통화하고 싶다"며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기사부터 검색했다. 연대장과의 통화에서 "이미 뭐 기사나 관련 글도 사형이라고…" "관련 글을 보면 '이 새끼는 죽여야 된다' '사살해야 된다'고 하네"라며 타인의 비난에 좌절했다. 구금돼 있던 기간에 본인을 다룬 기사를 보고 "군대 가기 싫은 사람 보내놓고 책임은 내게 다 지운다"며 뼈에 금이 갈 정도로 벽을 치기도 했다.
임 병장은 군 검찰에서 "이 사회와 군대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내 행위로 다치거나 충격받은 사람에게 미안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미안하지 않다"고 진술했다. 또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도 똑같이 죗값을 받아야지 저만 처벌받는다면 너무 억울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재판 도중 "집단적 따돌림은 없었다"는 군 동료들의 증언에 "유서 쓰고 자살을 시도한 내가 거짓말을 했겠느냐"며 재판부를 향해 고함을 치기도 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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