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사업, '유럽산 전투기 최초 도입' 여부 최대관심
"한미동맹" vs "국외 무기도입 다변화"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차기전투기(F-X) 사업 재입찰 결과 록히드마틴의 F-35A가 우리 정부의 사업비 한도 내 가격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유로파이터와 F-15SE가 최종 기종 선정 평가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방위사업청은 그간 입찰과정에서 총사업비(8조3천억원)를 초과하는 기종에 대해서는 계약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에 F-35A는 사실상 탈락 위기를 맞게 됐다.
방사청의 한 관계자는 16일 "총사업비를 초과한 기종에 대해서는 내달 중순께 열리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 '부적격'으로 상정할 것"이라며 "방추위에서 입찰 결과 등을 토대로 기종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즉 방추위에서는 우리 정부가 제시한 총사업비를 초과하지 않은 2개 기종을 대상으로 최종 기종을 선정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 정부가 낙점할 고성능 전투기의 기종은 유럽산인 유로파이터나 미국산인 F-15SE 중 하나가 되게 된다.
만약 이번 기종 평가에서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합작으로 생산한 유로파이터가 선정되면 고성능 무기체계 구매처가 미국 일변도에서 유럽지역으로 다변화되는 의미가 있다고 군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여기에다 F-35A가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웠고 우리 공군도 관심을 나타냈던 '스텔스 전투기'는 앞으로 10년 내에 확보할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우리 군은 F-X 1차 사업 때도 프랑스의 라팔과 미국 보잉 F-15 전투기를 최종 경쟁 대상으로 압축했었다.
당시 라팔은 평가 과정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았으나 "한미동맹을 고려해야 한다"는 여론에 밀려 F-15에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이번에도 '한미동맹'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무기체계 구매처를 다변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서로 다른 주장들이 내달 중순께 기종을 선정하게 될 군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F-X를 운영하는 공군은 스텔스 전투기가 총사업비를 초과해 경쟁 대상에서 밀려남에 따라 유로파이터와 F-15SE 두 기종 중 하나를 적기에 도입해주길 희망하고 있다.
한 공군 예비역은 "미국이 유로파이터를 운영하는 나토와 연합작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호 운용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유로파이터는 이라크전 등에서 다수 작전에 참여해 성능이 입증된 전투기"라고 말했다.
유로파이터는 면적이 큰 양 날개 아래 각종 폭탄과 미사일을 가장 많이 다는 전투기로 정평이 나 있어 지상 폭격과 공중전에 장점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스텔스 성능은 3개 기종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일각에서는 유럽과 미국의 항공기 제작 시스템이 상당히 달라서 유럽 기종을 선택하면 우리 공군의 지상 플랫폼(운영설비·시스템)을 상당히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반면 보잉의 F-15SE는 기본적으로 우리 공군이 운용 중인 F-15K의 개량형 버전이기 때문에 운영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아직 개발되지 않은 것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보잉은 한국군의 요구에 맞도록 은밀성을 높이기 위해 F-15SE 날개 아래에 달려던 무장을 기체 안으로 넣도록 설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레이더파를 최대한 회피하기 위해 기체 등에 스텔스 칠을 할 계획이다.
유럽항공방위우주연합(EADS)와 보잉은 모두 우리 군이 계획하는 도입 시기인 2017년에 첫 생산분을 인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방사청의 한 관계자는 "F-X 기종 평가를 지켜보는 군과 정치권, 국민 여론 등을 살펴 누가 보더라도 합리적인 평가를 할 것"이라며 "고성능 전투기의 조기 전력화를 바라는 공군의 입장도 최대한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F-X 전력화 시기는 기종선정 지연으로 이미 2016∼2020년에서 2017∼2021년으로 조정된 상태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판단한 우리나라의 적정 전투기 보유 대수는 430여대이지만 이런 상태로라면 오는 2019년 기준으로 340여대(F-X 제외)로 100여대가 부족해진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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