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납 버너·식판 등 시중價의 2~3배.. 年 1082억 샜다

전현석 기자 2013. 1. 24.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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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바가지 납품 3816개 품목을 민간제품 구매키로

장병들이 사용하는 군용(軍用) 스테인리스 식판은 가로 36.8㎝, 세로 29.5㎝, 높이 4.1㎝로 철판 두께는 0.7㎜이다. 시중에서 주로 판매되는 일반 스테인리스 식판(가로 37㎝, 세로 29㎝, 높이 3.5㎝, 철판 두께 0.5㎜)과 거의 같다.

하지만 납품 가격은 1만원으로 일반 식판(5000원)의 두 배다. 스테인리스 식판 뒷면에 표시되는 군용 마크 하나 처리하는 데 식판 값 하나가 더 들어간 셈이다.

군은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군용 식판 2만2399개를 납품받았는데, 만약 시중에서 판매되는 식판을 구입했을 경우 연간 약 1억1200만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

국방부 가 2011년 이후 이처럼 민간 상용 제품보다 가격은 비싼 반면 성능이 같거나 떨어진다고 판단한 군수 품목은 3816개나 된다. 군은 앞으로 이들 품목에 대해선 전량(全量) 민간 제품으로 구매 예정이고, 이에 따른 예산 절감액이 연간 1082억4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해당 군수품, 민간 제품보다 성능 떨어지고 가격 비싸"

해군 함정에 사용되는 군용 오수 처리기는 처리 용량 및 처리 속도에서 민간 제품보다 떨어졌다. 군용은 변기 오수만 처리할 수 있는 반면 민간 상용품은 목욕탕과 주방, 세탁장 오수까지 처리가 가능하다. 그런데도 대당 가격은 군용이 1985만원으로 민간 제품(1700만원)보다 비쌌다.

식판 보관함도 군수품은 민간 제품에는 거의 필수적으로 들어가고 있는 자외선 살균과 열풍 건조 기능이 아예 없다. 대당 가격은 군용이 250만원, 민간 제품은 210만원이다.

전력의 주파수 대역을 바꿔주는 주파수 변환기의 경우 군용은 시중에서 쓰지 않는 재래식 방식을 써서 향후 부품 조달이 어려울 것으로 군은 예상했다. 그런데도 가격은 4730만원으로 상용품(2400만원)의 두 배에 가깝다.

다목적 이동형 작업등(燈) 세트는 민간 제품이 군용품보다 3배 이상 광도(光度)가 높았지만 가격은 군용(134만원)이 민간 제품(68만원)의 두 배다.

"구식 국방 규격이 독과점 만들어"이들 군용품의 성능이 뒤떨어지는데도 가격은 비싼 이유는 군이 구식 규격을 바꾸지 않고 이를 '군용'이라는 명목으로 소수 업체에서만 구입해 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용 오수 처리 장치에 대한 가장 최근의 국방 규격은 1990년 6월에 정해진 것이다. 이 규격에는 민간 제품이 KS 규격을 받기 위해 필수적으로 통과해야 하는 진동, 소음, 충격, 전자파 장애, 온도 영향 항목 등이 아예 들어 있지 않다. 군용 스테인리스 식판의 국방 규격은 1992년 2월, 식판 보관함 규격은 1992년 7월에 정해졌다. 군용 품목 중 민간 제품으로 구입하기로 한 스패너용 렌치(1979년 2월), 15인승 고무보트(1983년 8월), 공구 상자(1985년 7월), 탐조등(1990년 3월), 버너(1992년 4월) 등도 국방 규격이 한참 오래된 것들이다.

국방 규격은 5년마다 각 군과 방위사업청이 검토하도록 돼 있지만 수십년째 바뀌지 않은 품목이 많다. 1998~2008년 사이 국방 규격을 없애 상용화한 품목은 693개에 불과했다. 국방부가 상용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2011년 이후 최근 2년 동안 상용화한 품목(3816개)의 5분의 1도 안 된다. 완제품 기준으로 현재 군에서 쓰고 있는 군수품은 28만여개이며, 민간 상용품은 7900여개에 불과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용 품목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각 군과 방위사업청은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국방 규격에 대한 검토에 거의 손을 놓고 있던 실정"이라고 했다.

군수품 규격과 성능 기준을 일반 제품과 동떨어지게 정해 놓다 보니 입찰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생겼고, 옛날부터 이를 생산해 왔던 일부 업체들이 납품을 독점해 오다시피 했다. 이들 업체가 독과점을 형성해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는 지적이다. 스테인리스 식판과 식판 보관함, 군용 버너 등 일부 품목은 수십년째 수의계약 형태로 특정 업체들에 납품을 몰아줘 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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