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리포트] 한·중·일 외교브레인 '신삼국지'

2013. 1. 2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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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주머니' 왕후닝·'아베의 남자' 야치.. 朴의 책사와 '지략 열전'

[세계일보]'난세의 영웅 곁에는 반드시 뛰어난 책사가 있다.'

나관중의 '삼국지'에 열광하는 한·중·일 문화권에서 익숙한 관념이다. 지도자의 리더십과 책사의 지략이 잘 결합돼야 성공할 수 있다. 제갈량 없는 유비를 생각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 대선을 끝으로 권력교체 작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된 한·중·일에서 새 책사를 찾는 작업이 한창이다. 특히 과거사·영토갈등과 북핵 문제로 꼬일 대로 꼬인 동북아 정세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외교 책사'에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이미 시 총서기는 당내 최고이론가인 왕후닝(57) 중앙당 정치국 위원, 아베 총리는 노회한 외교관 출신 야치 쇼타로(69) 내각관방참여(參與·자문역)를 외교 브레인으로 택했다. 국가안보실을 신설하며 외교안보에 힘을 싣고 있는 박 당선인도 '책사 간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동북아 외교의 신삼국지가 막을 올리려는 순간이다.

최근 한·중·일 3국의 정권교체로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를 저울질할 외교 책사들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삼국지의 제갈량처럼 슬기롭게 군주를 보필한 책사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베의 남자' 야치 쇼타로

야치 참여는 21일 홍콩에서 열린 미·중·일 민간안보대화에서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보였다.

그는 이날 하마다 다쿠지로 전 일본 외무성 정무차관이 대독한 연설에서 중국이 무력을 동원해 센카쿠 주권을 주장하며 국제질서를 파괴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이게 당신들이 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중국인가, 이게 당신들 후대가 자랑스러워할 일인가"라고 쏘아붙였다. 중국 측이 이에 반발하면서 날카로운 설전까지 오갔다.

야치는 도쿄대 법대 출신으로 1969년 외무성에 들어가 관료로서는 최고봉인 사무차관까지 승승장구했다. 외무성 내 대표적인 미국통이자 대북강경론자였다. 2006년 한·일이 독도 주변 수로조사를 놓고 다툴 때 일본 측 협상대표로 활동했었다.

그는 평소 '전략적 사고'와 국익 최우선의 현실주의 외교를 강조한다. 그는 2005년 방일한 한국 여야 정치인들에게 "미국이 한국을 신뢰하지 않는 것 같아서 일본은 한국과의 정보 공유 및 협력에 망설여진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한국 측의 반발이 커지자 보름 후 오해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의 망언은 노무현 정권과 고이즈미 정권 간 외교적 힘겨루기가 전개되는 상황에서 한국 내부를 분열시키려는 의도적 도발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아베는 이런 야치의 활동을 높이 평가했다. 야치는 2008년 은퇴했으나 아베가 집권하자 총리실의 외교 브레인으로 컴백했다. 아베가 임명한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외교 경험이 일천한 탓에 야치 참여가 사실상 외교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내다보고 있다.

◆'꾀주머니' 왕후닝

왕후닝은 정치인이 아니라 국제정치를 전공한 학자 출신인데도 18차 당대회에서 중국 권력의 핵심인 공산당 정치국 위원(25명)에 진입했다. 아니나 다를까 왕 위원은 시진핑 정부에서 부총리급으로 격상될 중국의 '외교 사령탑'에 등용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는 중국 지도부의 '꾀주머니(智囊)'로 통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자오쯔양의 '걸어다니는 정치사전'이라 불렸고 장쩌민 전 주석의 '신권위주의론'과 '3개 대표론' 등의 정책 수립을 도왔다. 또 후진타오 주석의 '과학적 발전관', 시진핑 시대의 '새로운 강대국 관계론'을 구성하는 데도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한 인물이 이렇게 다양한 스펙트럼의 최고 지도자들로부터 책사로 등용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통인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과 같이 파벌적인 선호도가 강하고, 열국의 제사와 제장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왕후닝처럼 시대를 가로질러 책사 노릇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그는 중국인이기에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단한 지략과 경륜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왕 위원은 상하이 푸단대에 최연소 교수 임용 기록을 세웠다. 1970년대 중반 상하이사범대에서 프랑스어를 공부했으며, 1980년대 후반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에서 방문교수를 지냈다. 프랑스어가 유창하고 서구 정치에 익숙해 후 주석이 정상회담이나 해외순방 때 자주 대동하고 간 것으로 유명하다.

왕후닝 본인은 아직 외교적 색깔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다만 그의 측근인 푸단대학 국제문제연구원의 선딩리(沈丁立) 부원장이 최근 한 토론회에서 "홀수일은 일본이, 짝수일에는 중국이 순찰하는 등의 방법을 써서 양국이 댜오위다오를 교대로 순찰하는 체제를 구축하자"며 중·일 공동지배론을 제안해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박 당선인의 선택은

한국도 이들과 맞설 유능한 책사를 찾아야 한다. 박 당선인은 내달 25일 정부 출범 전까지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부 장관, 청와대 외교수석을 우선 임명해야 한다. 박 당선인은 외교 경험이 일천한 30대 학자를 주요 외교 포스트에 등용했던 이명박 정부와 달리 경험과 지략을 두루 갖춘 인물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까지 유력한 후보군으로는 인수위 외교국방통일 분과에서 활동한 윤병세 인수위원(전 외교안보수석), 주오스트리아 대사와 외교통상부 차관보를 지낸 심윤조 의원, 신각수 주일 대사, 이규형 주중 대사, 김숙 주유엔 대사, 김영목 전 뉴욕총영사가 거론되고 있다.

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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